추추기록

추추 기록 4

2021. 12. 3. 22:19





추추 기록 3에 달이 기차를 타고 출퇴근 한다는
이야기의 후속편.




달이 기차타는 사진 찾다가 아주 잠깐 스쳐지나간 사진인데, 그 찰나에 추추투가 산타를 발견했다.



투 : 임모!!! 산타하라버지가 기차를 타고 와요!!!
나 : 루돌프가 아플 땐 가끔 타시나봐. 근데 거의 루돌프 타고 다니셔.
(산타할아버지 맹신하는 추추들이기 때문에 산타의 비밀은 무조건 사수해야함... 말 안 들을 때 유일하게 통하는 게 "산타할아버지가 보고 계신대!!!" 임)




지난 여름, 추추들 하원 시키러 가면 교실 안에서 날 발견하고는 임모 실허 임모 실허 하며 울던 추추투새끼... 오늘 언니가 데리러 오니까 집에 안간다고, 이모랑 코 자겠다고 울던 추추투...




(추추투는 낮잠자고 일어나서 기분이 안좋은 상태. 안아달라고 칭얼대서 안고있는 상황이었음.)

나 : 아이구 무거워. (짐이 꽤 무거워서 내려놓음)
원 : 미모! 내가 들어줄게!
나 : 승현이가 이모 짐 들어주는거야? 고마워. 그런데 택시 올 때까지 짐 잠깐 내려놔도 되. 무겁잖아.
원 : 나는 씩씩해서 괜찮아!


더러운 거울 셀카


나 : (귓속말로) 이현아, 이따가 길 건널 때 신호등에 서서 이현이 지켜주는 경찰아저씨한테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해. 알았지?
투 : (대답 안하고 5초 있다가) 임모! 임모 귀! 귀!
나 : 귀? 귀가 뭐야?
투 : (짜증) 임모 귀! 귀!
나 : 아, 귀 대보라고? 왜?
투 : (속삭이며) 임모, 임모도 임모도 이따가 경탈아다띠한테 안녕하세요 해



등원하는 길에 있는 알탕집 텅 빈 수족관 앞에서


(멍게를 보며 뭐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고... 추추들이 불가사리를 좋아해서 불가사리 친구라고 소개함)

투 : 임모! 불가사리 칭구 멍게 어디 갔어요?
나 : 멍게는 엄마 만나러 갔대.
원 : 미모, 멍게는 왜 엄마 만나러 갔어요?
나 : 승현이랑 이현이 어린이집 갔다오면 엄마랑 아빠 만나지? 멍게도 엄마 보고 싶어서 엄마 만나러 갔대. 멍게한테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
원, 투 : 멍게야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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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아무튼 손톱

2021. 12. 3. 12:17
의도해서 찍은 건 아니지만 기른 손톱이 잘 나온 사진

1. 어젯밤, 손톱을 짧게 깎았다. 한국에 온 김에 네일아트를 해볼까 싶어 한번 해봤는데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아서 쭉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손톱이 점점 길어지다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스티커를 떼어낼 땐 편했지만, 노트북에서 타자를 칠 때 손톱과 자판이 부딪혀 나는 따닥따닥 소리는 굉장히 별로고, 아이들과 클레이 찰흙으로 만들기 놀이할 때 온갖 클레이들이 손톱 사이에 끼고 난리. 추추투가 흘린 아몬드 빼빼로 부스러기를 줍다 초코렛이 손톱 사이로 들어갔는데 (몰랐음) 나중에 초코렛이 온도에 녹아 물처럼 되어있는 걸 발견하고는... 집에 와서 바로 깎았다.

2. 사람을 볼 때 제일 먼저 보이는 곳은 물론 얼굴이지만, 제일 먼저 보는 곳은 손톱이다. 나는 청결의 이유로 손톱을 짧게 깎기 때문에 손톱을 짧게 유지하는 사람은 어느정도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가끔 새끼손톱만 기르는 사람들을 봤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제일 보기 힘들다. 그 손톱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안 좋아진다. 왜 그 하나만 기르나 위키백과에서 찾아봤더니 고대 중국에서는 부나 행운의 상징으로 새끼 손톱을 기르는 게 유행이었다고 하고 (내가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중국계) 미국에서는 Coke nail이라고 코카인 중독자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손톱을 수저처럼 이용해 코카인을 떠서 코로 가지고 오기 편하다는 이유에서 기른다고 한다. 뭐...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하튼... 손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호감도가 확실히 올라간다.

3. 기타 배우던 때, 선생님께서 클래식 기타는 손톱을 어느정도 길러야지 치기 편하다고 말씀하셨다. 긴 손톱 대신 피크를 샀지만 피크로는 '로망스' 연주를 하기가 힘들어서 결국 손톱을 길렀다. 왼손은 코드를 잡아야해서 짧게 자르고, 오른손으로는 현을 튕겨야하니 길렀는데 그 모양새를 정말 참기 힘들었다. 그 손톱으로 로망스만 치다 끝낸 기타 레슨...

언젠가 우토 놀리려고 그렸던 드라큘라 이빨 메모장 그림


4. 우토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제발 끝까지 손톱깎이로 이용해서 잘라라' 인데, 우토는 손톱을 깎다가 한 1/8정도가 되면 그대로 뜯어버린다. 그래서 한 쪽 손톱의 끝이 드라큘라 이빨처럼 남아있다. 7년째 하는 말임에도, 종종 드라큘라 이빨 손톱을 볼 때가 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보다보니 또 정들어서 이제는 그 드라큘라 이빨이 귀여워보일 지경까지 왔다... 그래도 이빨은 안됨. 짧은 손톱에 기분이 좋아져서 쓴 아무튼 손톱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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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기록

추추 기록 3

2021. 11. 26. 11:27

 

(아침에 등원 중에 떠 있는 낮달 보고)

투 : 임모, 하늘에 저거 모예요?

나 : 달이네, 달이 깜빡하고 졸다가 집에 못갔나봐.

 

원 : 미모, 달이 왜 집에 못갔어요?

나 : 달이 승현이랑 이현이랑 밤새 지켜주느라 잠을 못자니까 졸려서 깜빡 졸다가 집에 가는 기차를 놓쳐버렸대.

원 : 왜 집에 가는 기차를 놓쳐 버렸대요?

나 : 승현이랑 이현이 밤에 코-하고 자지? 달은 밤에 못자니까 졸렸나봐. 그래서 잠깐 잠들었는데 집에 가는 기차가 떠나버렸대! 해가 뜨면 기차 타고 집에 가야하는데, 기차가 떠나버려서 못 가고 저기 있는거야.

 

원 : 달은 왜 기차타고 집에 간대요?

나 : 집이 저 멀리 있어서 걸어가기 힘드니까 기차타고 출퇴근하는거래.

원 : 달이 타는 기차 어떻게 생겼어요?

나 : 잠깐만 기다려봐. 원래 달이 타는 기차는 사람들한테 잘 안보이는거라서 찾기 힘든데, 이모가 한번 찾아볼게. (구글 검색) 

 

 

나 : 이거봐, 달이 기차 타려고 기다리고 있지?

원, 투 : 우와! 정말 달이 기차 타려고 기다리고 있네! 또 보여주세요. 또!

 

 

원 : 섬샘님, 달이 기차 타고간대요!

투 : 기타 타고 간대요!

나 : 승현아, 이현아! 그건 달이랑 우리만의 비밀이야. 비밀이니까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돼!

원 : 섬샘님, 쉿! 비밀이에요! 말하지 마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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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세먼지가 심하다 심하다 하더니만, 어제의 미세먼지는 정말 날 경악하게 했다. 이른 아침의 안개인 줄 알았더니 미세먼지라고. 오빠 차 타고 출근하는데 차들이 안 보일 정도였다. 오빠 말로는 이거보다 더 심한 날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막의 낙타처럼 속눈썹이 길게 태어날 수 밖에 없는거구나. 막례쓰 김유라 피디님의 사진을 빌려보자면, 정말 이랬다. 심각쓰.. 목이 아픈 게 감기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예전에 메리가 캐나다를 고려하는 이유 중 미세먼지도 있다고 말해줬는데, 직접 내 눈으로 심각성을 보니 너무너무 수긍된다.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소중한 사람들의 안위부터 기후위기까지.

환경을 생각하니 나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패스트패션 줄이기를 실천하고 싶은데 슬프게도(?) 한국에는 예쁜 것들이 정말 많다. 좋아하는 옷들은 오래 입는 편이지만, 저렴하다고 충동적으로 구매해서 1년 입고 버리는 옷들도 적지 않다. 저렴한 옷을 여러 벌 살 게 아니라, 유행을 타지 않는 튼튼하고 좋은 재질의 옷 한 벌을 구매해서 오래 입자.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기.





오늘도 일을 가는 줄 알았지만, 일요일엔 행사가 잘 없대서 갑작스런 즐거운 휴무다. 조카들도 없는 온전한 하루! 서프라이즈로 일하고 있는 우토에게 가는 지하철 안 이다. 서로 바빠서 못 만난지 꽤 됐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일상에서 익숙한 것이자, 많은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 모여있는 전철에서 특히 그렇다. 그냥 멍하니 사람들의 마스크를 쳐다보게 된다. 정말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마스크 없이는 외출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올 거라는 걸. 음, 이 기분을 설명하자면 위화감이라는 단어가 적확한 표현은 아닌데, 딱 맞는 단어를 못 찾겠다. 두려움, 공포심도 들어있으니 위압감? 이것도 적절치 않지만, 얼추 비슷한 거 같기도 하다. 하루에 버려지는 마스크가 얼마나 될까. 마스크 없이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는 올까. 불안하고 두렵다.

감기 때문에 기침이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데, 전철에선 꽤 곤욕스럽다. 사람들의 불안함을 너무나 이해하기 때문에... 억지로 참느라 눈물이 다 나온다. 휴. 이제 삼성에 거의 다 와간다! 내일은 꼭 병원에 가야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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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기록

추추 기록 2

2021. 11. 19. 21:22


"임모! 아빠상어랑 엄마상어랑 똔 답아써."
"아빠상어랑 엄마상어랑 왜 손 잡았어?"
"따랑해서."
"그럼 이현이 엄마랑 아빠도 손 잡았어? 사랑하니까?"
"응. 그래서 이현이 땡겨써."
"(순간 할말 잃음) 엄마아빠가 손 잡아서 이현이 생겼다고 누가 말해줬어?"
"(대답 안함) 크롱이랑 아기도 엄마아빠 똔 답아써."




다음 날 아침에 오자마자 추추투가.

"임모 이거바! 엄마상어 이불 덮어써요."
"이현이가 엄마상어 추울까봐 이불 덮어줬어요?"
"녜~~~~"


"임모 병아리도 이불 더퍼요."
"이현아 엄마상어가 이불이 코를 덮어서 숨막힌대."
"그래요?"





엄마랑 넷이 함께 등원하다가 셋이 등원하던 날,
엄마가 이모 손 꼭 잡고 조심해서 가라고 말한 뒤.

"오빠가 이현이랑 이모 지켜줄거야!"
"그래! 승현이가 이현이랑 이모 지켜줘~~"
"응! 오빠가 지켜줄게. 나 따라와! 셋이 손 잡고 가자!"




추추원 병원 갔다가 약국에서 약 타고 나오는 길에.
"수고하세요~~~"
"쑤고하세요~~~~~"
(약국 안에 있던 사람들 일제히 웃음)
"승현아! 승현이는 감사합니다 하는거야. 수고하세요는 어른들만 하는거야~~"
"나는 그냥 이모 따라한 거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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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릎을 베고 잠든 찰스



요즘 제일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나이 먹으니까, 나이 들어서, 나이 드니까. 이런 말은 뭔가 꼰대 같고, 스스로를 나이로 저평가 하는 기분이 들어서 앞으로는 나이 이야기 다음에 부정적인 말이 뒤따르는 걸 삼가려 한다.

그런데 할머니들이 늘 하시던 '비 오기 전 날에 삭신이 쑤신다'는 말을 어렴풋이 알겠다. 한 번 밤을 새면 며칠간 컨디션이 확 망가진다는 것도 느끼고.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잘 붓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체력 또한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감기가 잘 떨어지지 않아 거의 두 달째 달고 사는 중이다. 이제는 필수불가결이라는 영양제 챙겨 먹기와 운동을 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가. 휴...


어쨌거나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나이 먹어서 좋은 점이 많다는 거다. 우선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켰을 때, 고민하지 않고 노래를 선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 기분에 쏙 들어맞는 음악을 쓱 골라 듣는 그 기쁨이란! 물론 10년, 20년 전에도 좋아하는 노래는 많았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는 있었지만 그 때는 순위권에 있는 노래를 위주로 들었다면, 지금은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여러 음악을 접하면서 취향이 생겼다.

나이를 먹으면 취향이 확고해지고 자아가 강해진다는데, 이 때 노력하지 않으면 그저 지금까지의 경험에만 빗대어 판단하게 되는 상태 그대로 굳어져버릴 거 같아 두렵다. 그런데 어쩌면 이전보다 보고 듣는 것이 많아지는 시대에 살다보니, 내 윗세대보다는 유연해지는 일이 더 쉬울 수도 있다는 걸 느낀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지 않고, 현재의 내가 평생의 나일 수 없듯이, 취향은 변하고 사고도 변한다. 몰랐던 음악을 듣고 보면서 귀가 열리는 경험을 겪고나니, 언제 어디서든 새로이 만나게 되는 음악이 기대가 되는 것처럼, 열린 마음으로 지내면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항상 상기하자. 그럼 좀 더 다양해진 나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또 나이 먹어서 좋은 점은 무던해진다는 점이다. 타고난 기질 자체가 기복이 심하거나 까탈스러운 편은 아니긴 해도, 나이가 들면서 더 무던해지는 거 같다. 좀 더 어렸을 때는 쉬이 넘길 수 없었을 어려움도 이제는 이 또한 언젠가는 흘러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품고,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 온 이유가 분명 있을거라는 믿음 아래.

이게 또 회피랑은 다르다. 회피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꼭꼭 덮어놓고 들춰보지도 않는거라면, 이건 그냥 내 마음 하나만 달리 먹는거다. 마음 하나만 바꾸면 사소한 감정싸움부터 도저히 답을 모르던 일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또 흘러가있다. 내가 이상하게 약간 집착하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그릇이다. '내 그릇이 작아서, 또는 저 사람의 그릇이 커서'와 같은. 나는 어릴 때부터 그릇이 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공한 사람보다는 그릇이 큰 사람. 그래서 마음을 바꾸는 순간, 내 작던 그릇은 깨지고 조금은 더 커진 그릇으로 바뀌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그런데 그렇다고 무던한 게 꼭 좋다는 말이 아닌 게, 본인을 살피는 법을 모르면 정말로 괜찮아서 무던하게 넘어가는 건지, 좋은 게 좋은거라며 무던한 척 넘어가는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토를 만나서 배운 좋은 것 중 하나는 자기 감정에 솔직하기다. 본인이 본인을 속이는 건 제일 용납 못하는 우토. 나는 어려워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첫번째 방법을 우토는 잘하는 편이다. 기쁠 때 마음껏 기뻐하고, 슬플 때 마음껏 슬퍼하는 단순한 감정표현도 매우 풍부하다. 가장 가까이에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거다. 큰 복으로 여긴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나이는 어디로 먹었어?'는 여러 뜻을 담고 있다. 동안을 유지하는 사람에게도 하지만, 나이가 그저 숫자에 불과한 사람들에게도 한다. 성찰하지 않는 하루가 모인 일년이, 또 한 해 두 해 모여 그 나이가 됐다는 뜻으로 하는 말일테니. 나는 나이 아주 맛있게 잘 먹을거다. 그래서 나중에 나이 들어서 좋은 점을 잔뜩 써내려 가고 싶다. 열심히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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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간만에 여행

2021. 11. 18. 22:43



한국 오고 나서 처음으로 수도권을 벗어난 날.
우통통이 (며칠동안 열심히 서치해 프리젠테이션까지 만들어 브리핑까지 한) 내 마음에 쏙 드는 여행코스를 짜와서 정말 재밌게 여행했다. 오대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월정사부터 시작해 (그 전에 전통찻집부터 들러 내 배를 채워주는 세심함이라 말하고 내 불평불만 없게 하려는 현명함) 상원사에 이르는 10km가량의 트레킹 코스를 거쳐, 강릉 가서 초당 순두부 먹고 툇마루 흑임자커피까지 먹고 오는 당일치기 여행! 처음부터 강릉에 갈 계획은 없었는데 P끼리 만나니 모든 게 매우 즉흥적으로 이뤄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나보고 따뜻하게 입고오라던 이유토는 얇은 아우터 하나 입고 왔다. 강원도 진부역에 내리자마자 추워해서 내 셔츠 벗어서 입혀주고.. 본격적인 트레킹에 앞서 내 아우터로 갈아입혔다. 이우토... 이 가지새끼 할말하않... ^^

내 코에서 콧물이 주룩주룩 흘러도, 더 추워지면 너는 피부 알러지부터 시작해 나를 더 귀찮게 할 게 뻔하기 때문에.. 그래도 샛노란 아우터덕분에 사진 색감이 넘넘 예쁘다! Keep looking for something good :)




나는 여행에 앞서 빨리 빵이랑 전통차부터 먹고 시작하고팠는데, 찻집 사장님이 우리랑 같은 버스 타고 출근하셔서 오픈 준비하느라 아직 주문 안된대서 월정사 구경 먼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석탑은 공사 중이었구. 이유토는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왜 그냥 지나치냐고 와서 좀 보라며 날 불렀지만 난 빵이랑 차 생각 뿐이었다 ^^;;







월정사 한 바퀴 돌고나니 찻집 오픈! 감기때문에 난 쌍화차, 우통통은 추위 많이 타니까 대추차. 단호박 머핀이랑 통밀무화과빵도 사먹었다. 절에 있는 찻집이라 그런지 비건빵이라 우토가 좋아했다. 빨리 먹고 빨리 트레킹해야 강릉에 가서 초당순두부 먹는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마시고 출발! (월정사는 한바퀴 돌았다고만 쓰고 먹는 얘기만 다섯줄인 나...) 아 월정사에 고종황제랑 명성황후 가례 과정이 그려진 의궤가 있었다. 가례
하니까 연모 생각이 났다... 세자저하...! ㅋㅋㅋㅋㅋ




원래 세시간 반짜리 코스인데 쉬지않고 걸었다.
"우토야. 초당순두부 먹으려면 보폭 넓게 걸어."
"초당순두부 얼마나 맛있을까? 우리 바지런히 걷자."
둘이 거의 이런 대화하면서... 두시간 반만에 완주!

등산 중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신체 증상이 심장 질환이라고 한다. 가벼운 산행일지라도 가볍지만 따뜻한 기능성 옷을 입고, 시작 전 꼭 준비운동을 해야한다. 무리하지 않고 중간중간 쉬었다 가고, 힘들면 바로 하산해야한다. 우리는 중간에 빠져나가 버스타고 다시 돌아갈 생각은 못하고, 무조건 빠르게 완주해야만 강릉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무리하기도 했다. 중도 포기도 실패가 아니라 그저 계획 변경일 뿐인데 말이지?




그래도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우토는 내려가서 차가운 계곡물도 만지고. 우토는 눈을 감으면 8시 20분이 된다. 애기 때 사진 보니까 태어날 때부터 그렇더라. 마시마로같애




내가 좋아하는 몰랑몰랑한 만득이 얼굴!
모두 이우토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진들만 허락받고 올리는 중. 트레킹 하는 도중 날씨가 아주 변화무쌍했다. 초반엔 하늘이 아주 파랬고, 중간엔 해가 쨍쨍한데 눈이 예쁘게 날렸고, 막바지엔 바람이 쌩쌩 불고 싸락눈이 내렸다.







진부터미널에 도착해 40분 정도를 달려 강릉에 도착했다. (그 와중에 우토는 관광사무소 들어가서 초당순두부 맛집 4곳을 추천 받음) 버스텀이 너무 길고, 기다리기엔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택시 타고 초당순두부 거리로 달려갔지만... 하필 브레이크타임에 딱 걸려서 (4-5시인데 우리는 4시 5분에 도착) 가는 곳마다 퇴짜 ㅠ.ㅠ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나 볼까 하고 걷다가 만난 마지막 남은 추천 맛집! 다행히 이 곳은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서 얼큰한 순두부전골 먹었다. 이우토는 밥 두 그릇에 냄비 싹싹 긁어서 먹었음! :)





밥 먹고 강릉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툇마루 카페 갔다. 곧 마감시간이었는데도 웨이팅이 꽤 있었구, 주문하고 커피가 나오는 시간도 꽤 길었다. 주문할 때 15-20분 정도 걸린다고 안내 받았을 정도면. 케텍스 예매하느라, 그리고 곧 타야해서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마신 흑임자 라떼! 웨이팅하며 유명 맛집 찾아다니는 타입은 아니라 굳이 다시 오진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커피는 맛있었다.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웠으면 더 좋았을 수도 :)



이우토 참새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기차 출발 4분 남았을 때까지) 저 방앗간에 들러서 구경함... 멀미날 거 같으니 건강한 거(?) 먹겠다며 천원주고 스틱꿀 한 개 샀음... 근데 안 먹고 내 무릎 베고 신나게 자다가 상봉에서 먼저 내렸다.




나는 조금 더 가서 청량리에서 내리구. 버스 첫 차가 다니기 전에 집에서 나와, 열한시쯤 집에 도착한 1박 2일 같았던 당일치기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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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기록

찰추 기록

2021. 11. 15. 10:48



볕 좋던 날, 찰스랑 동네 산책.
찰스가 어릴 때 자주 와서 놀던 곳인데 오랜만에 왔다. 짤쓰오빠 뒷통수 보고있으면 행복해져!







우통통이랑 강원도에 있는 오대산 갔다왔다. 블로그 쓰고 있는데 우통퉁이 나머지 사진 아직 안 보내줘서 임시저장만 해놓고기다리고 있다. 지난 여름에 제이랑 로로랑 한강러닝 하려고 러닝화 샀는데... 이 날 거의 첫 개시^^;;;

어디서 봤는데 요즘 1020대들이 (^^) 이 웃는얼굴 보면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비꼬는 말투처럼 들린다나? 특히 ^^;; 땀방울까지 있으면 더 기분 나쁘다고... 나는 민망할 때 쓰는 표정인디... 그러고보니 나 왜이렇게 점 찍는 게 좋아졌지...? ^^;;;




추추원이 그려준 응급구조차와 헬리콥터.
추추원이 센터에서 수업 들어가면 나는 공부하는데, "이모 공부 열심히 해!" 하며 책 뒤에다 그려준 그림. 거꾸로 쓰긴 했지만 혼자 이름 쓰는 거 보고 깜놀했다.




추추투가 아침내내 손에 쥐고있던 친구들.
어린이집 가기 전에 "어린이딥 가따오께!" 하고 나란히 눕혀놓고 간 거 너무 귀여워서 찍었다 :)




애기들 등원시키는 길에 만난 할머니가 이현이 손에 만원을 쥐어주셨다. "이모가 만원 지켜줄게!" 하고 받아서 빵이랑 커피 사먹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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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기록

추추 기록

2021. 11. 9. 23:34

1. 찰스랑 추추투랑.
"임모 짤스오빠가 왜 꼬리를 흔들어요?"
"응, 찰스오빠가 이현이를 사랑하는데 사랑한다고 말을 못하니까 대신에 꼬리를 흔드는거야. 이현아 사랑해! 이현아 사랑해! 하고."
"그래요? 짤스오빠 따람해요"


2. 조카들은 시에서 운영 중인 도담도담이라는 곳에서 장난감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이용 중인데, 이번엔 엄마가 아이스크림 좌판 장난감을 빌려왔다. 그래서 밤낮으로 장난감 아이스크림 먹는 중. 그러다 "이현아, 우리 진짜 분홍색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까?" 해서 추추투와 진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알록달록 아이스크림은 할미랑 이모꺼, 분홍색 아이스크림은 이현이꺼.

"어? 알록달록 아이스크림이 다 없어졌네? 어디 갔지?"
"응, 할머니가 다 먹어버렸나봐. 할머니 뱃 속으로 들어갔대."
"(배를 만지며) 우와, 함미미 배가 엄청 크다!"

3. 추추원이 생일선물로 그려준 그림. 하트꽃 별꽃🤍
오늘 수업이 끝나고 언니를 기다리면서 같이 감자튀김 먹고 있다가 네일케어 받은 내 손톱 보며 "우와 예쁘다! 이모 손가락 예뻐요" 하며 네일을 만지작만지작. 감자튀김 먹다가 기름 묻은 손으로 네일을 만지작만지작.

"승현아! 승현이도 이모랑 똑같은 거 하고싶어?"
"아니요? 나는 아직 아기 손가락이라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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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그냥 오늘

2021. 11. 6. 00:05


1. 손바닥만한 작은 아기상어 가방에 한참을 주섬주섬 뭘 넣고 있더니만, 추추원 추추투가 집에 돌아가고 정리하던 중에 궁금해 열어본 가방 속에는 니베아 립밤과 하얀 물개 한 마리.


어린이집 등원길엔 항상 손에 뭘 쥐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두 어린이는 아침마다 뭘 챙겨갈지 늘 전쟁이다. 첫째는 대부분 소방차나 경찰차를 들고가고 둘째는 조그만 물고기나 아기상어 가족들을 데려가는데 그게
그렇게 귀엽다. 어느 날 내 가방을 정리하다 나온 그 조그만 물고기가 너무 귀여워 부적처럼 챙겨다닌다. 그치만 아침에 양치시킬 때마다 하는 낚시놀이는 지겨워..



2. 당근에 뽀로로 의자 두 개와 붕붕카 한 대를 6000원에 팔았다. 나눔으로 자동차 장난감 다섯 대도 드리고. 한국에 오니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돈을 내야할 뿐더러, 멀쩡한 물건을 버리기도 아깝고 이제 쓰지도 않는 물건을 가지고 있기엔 너무 버겁고. 누군가는 필요하겠지싶어 귀찮음을 이겨내고 열심히 당근에 포스팅 중이다. 안 읽고 쌓여있던 책들과 안 듣는 씨디들도 알라딘에 보내려고 택배 신청을 해놨다. 개-운.





3. 때로는 진중한 대화보다 시덥잖은 수다들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가령 서로의 젊음을 기억하는 그대들과 어쩔티비 저쩔티비하던 오늘처럼 말이다.


4. 핸드폰 용량이 없다보니 사용하지 않은 티스토리 어플을 지운지 오래인데 오늘 다시 설치했다. 짧게라도 자주 남겨야겠다는 요량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 쓰려면 왠지 각 잡고 써야하는 느낌이라 쉽게 손이 올라가지 않다보니. 그냥 오늘의 나를 기록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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