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요일 개념없이 살고 있는 요즘. 나사가 하나 빠진 채로 일상의 바퀴가 겨우겨우 굴러가고 있다. 어쩌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빠진 걸 수도..
모든 신경이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데 쏠려있고, 쉬는 날에는 부족했던 잠을 몰아자며 바닥난 체력을 보충하기 바쁘다. 그도 그럴 것이 4월 초부터 엉망이 된 내 수면 패턴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호텔을 전전하며 끼니를 거르기 일쑤에다 그마저도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했기에 지금의 몸 상태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듯. 이렇게 짧은 기간동안에 이렇게 많은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있었는지. 여러모로 스펙타클했던 두 달이었음.
인생을 그저 물 흐르듯이 살던 내게 아주 오랜만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생겼고, 그것을 손에 쥐기 위해 수많은 밤을 눈물로 베겟잎을 적셨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에겐 쉬운 여정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절대 그렇지 않았기에.
내 사주에 부족한 화를 보충하는데 빨간색을 지니고 다니면 도움이 된다해서 빨간 옷과 빨간 양말을 신고 시험 보러 가던 내가 이제 와 생각하면 웃기고 짠해… 하지만 졸업장을 손에 든 나보다도 더 기뻐해준 사람들을 보니, 날밤 새우던 지난날이 결코 나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엄마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늘 추추들이 차지해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내 얼굴이 떡 하니 업데이트 되어서 기절할 뻔 했고, 혹여나 방해될까 카톡 보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던 친구들의 다정한 응원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영상통화하며 울던 내게 힘들면 언제든 집에 돌아와도 된다며 묵묵히 들어주던 WJ까지. 앞으로 내가 갚아야할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였다.
더 크게 돌려줘야지,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이 베풀어야지, 하고 다시금 다짐하는 휴일의 마지막 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4시의 짧은 일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