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Dear.

2018. 6. 7. 13:19




영식아. 오늘 우리 영식이 생일이어서 누나 꿈에 찾아왔는지, 아니면 누나가 밤새 네 생각하다 잠들어서 꿈에 나왔는지. 그런데 오늘 누나는 꿈에서마저 널 놓쳤구나. 아침에 눈뜨자마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오랜만에 우리 만났는데. 떠나가는 모습 보여줘서 미안해. 가방 메고 서둘러 나오는 널 발견하고 떠나가는 버스에서 뛰어내려 널 찾으러 갔는데. 결국 못 잡았네. 정말로 누나도, 엄마도 너의 손을 잡고 싶었어. 서운한 너의 얼굴이 마지막 모습인 채 꿈에서 깬 게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다시 잠들면 만날 수 있을까, 울면서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만날 수 없었지.


그리고 일어나서 바로 미역국을 끓였단다. 여기는 아직 생일 전이라서 오늘은 어묵국을 끓이려고 했는데, 네 얼굴이 자꾸 눈에 밟혔어. 끓이는 내내 영식아,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하면서 오늘 꿈에서 일어났던 일도 사과하고 영식이 생각도 좀 하고 그랬어. 그리고 저녁에 유토랑 미역국 맛있게 먹었어. 점심에 유토가 영식이 생일 축하해주고 싶다고 뭐 해줄 수 있을까 물어보길래 내가 미역국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그랬거든. 그래서 우리 되게 맛있게 먹었어. 아마 지금쯤 가족들이 영식이 생일 축하하고 있을텐데 맛있는 거 많이 먹어. 잘 지내고 있다고 엄마 꿈에 한번쯤은 들려줬으면 좋겠다.



영식아. 우리 곧 다시 만나자. 그 때까지 우리 건강히 잘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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