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아무튼 손톱

2021. 12. 3. 12:17
의도해서 찍은 건 아니지만 기른 손톱이 잘 나온 사진

1. 어젯밤, 손톱을 짧게 깎았다. 한국에 온 김에 네일아트를 해볼까 싶어 한번 해봤는데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아서 쭉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손톱이 점점 길어지다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스티커를 떼어낼 땐 편했지만, 노트북에서 타자를 칠 때 손톱과 자판이 부딪혀 나는 따닥따닥 소리는 굉장히 별로고, 아이들과 클레이 찰흙으로 만들기 놀이할 때 온갖 클레이들이 손톱 사이에 끼고 난리. 추추투가 흘린 아몬드 빼빼로 부스러기를 줍다 초코렛이 손톱 사이로 들어갔는데 (몰랐음) 나중에 초코렛이 온도에 녹아 물처럼 되어있는 걸 발견하고는... 집에 와서 바로 깎았다.

2. 사람을 볼 때 제일 먼저 보이는 곳은 물론 얼굴이지만, 제일 먼저 보는 곳은 손톱이다. 나는 청결의 이유로 손톱을 짧게 깎기 때문에 손톱을 짧게 유지하는 사람은 어느정도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다. 가끔 새끼손톱만 기르는 사람들을 봤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제일 보기 힘들다. 그 손톱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안 좋아진다. 왜 그 하나만 기르나 위키백과에서 찾아봤더니 고대 중국에서는 부나 행운의 상징으로 새끼 손톱을 기르는 게 유행이었다고 하고 (내가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중국계) 미국에서는 Coke nail이라고 코카인 중독자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손톱을 수저처럼 이용해 코카인을 떠서 코로 가지고 오기 편하다는 이유에서 기른다고 한다. 뭐...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하튼... 손톱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호감도가 확실히 올라간다.

3. 기타 배우던 때, 선생님께서 클래식 기타는 손톱을 어느정도 길러야지 치기 편하다고 말씀하셨다. 긴 손톱 대신 피크를 샀지만 피크로는 '로망스' 연주를 하기가 힘들어서 결국 손톱을 길렀다. 왼손은 코드를 잡아야해서 짧게 자르고, 오른손으로는 현을 튕겨야하니 길렀는데 그 모양새를 정말 참기 힘들었다. 그 손톱으로 로망스만 치다 끝낸 기타 레슨...

언젠가 우토 놀리려고 그렸던 드라큘라 이빨 메모장 그림


4. 우토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제발 끝까지 손톱깎이로 이용해서 잘라라' 인데, 우토는 손톱을 깎다가 한 1/8정도가 되면 그대로 뜯어버린다. 그래서 한 쪽 손톱의 끝이 드라큘라 이빨처럼 남아있다. 7년째 하는 말임에도, 종종 드라큘라 이빨 손톱을 볼 때가 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보다보니 또 정들어서 이제는 그 드라큘라 이빨이 귀여워보일 지경까지 왔다... 그래도 이빨은 안됨. 짧은 손톱에 기분이 좋아져서 쓴 아무튼 손톱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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