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부하고 있던 책에 몰래 올해의 가을을 선물해둔 유토의 예쁜 짓



간밤에 영식이를 만났다. 평소의 우리와 같았던 모습이어서 아침에 일어나선 오랜만에 꿈에 나왔네, 하고 말았는데 유토한테 얘기했더니 '곧 네 생일이라 다녀갔다보다' 했다. 영식이 꿈을 꿀 때면 늘 슬픈 마음으로 일어나곤 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개운했다.

며칠 전에 혼자 암체어에 앉아 소리내어 영식이를 불렀다. 그 때 네가 원하던 엠피쓰리를 기분좋게 못 사줘서 미안했다고. 너도 누나한테 어렵게 말했을텐데 내가 마련한 돈보다 비싼 거 말해서 한 마디 했던 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고. 뒤늦은 사과가 너에게 닿았던건지, 내가 마음의 짐을 한결 내려놓은건지 몰라도 그렇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근 일주일 간은 허무감+무기력에 빠져 지냈다. 뭐라 설명해야하려나, 가드를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훅을 한 방 맞고 넉다운된 느낌이랄까. 책상보단 암체어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레 책상은 먹던 커피와 간식, 쌓아둔 책들로 어질러졌다. 마치 내 마음 상태 같았다.

방치된 감정, 세워둔 채 모른 척 흘러가는 계획. 그간 이 두가지에서 벗어나려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사이사이 일어나려 애는 썼는데 책상을 치울 엄두는 나지 않았다. (책상 치우면 공부해야하니까) 그러다 드디어 오늘 유토랑 낮잠 실컷 자고 일어나서 세수하고 이 닦고 나오니 갑자기 책상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들면 바로 실천하기.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어렵고도 쉬운 방법. 그리고 글을 쓴다. 자, 한 걸음 또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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