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간만에 여행

2021. 11. 18. 22:43



한국 오고 나서 처음으로 수도권을 벗어난 날.
우통통이 (며칠동안 열심히 서치해 프리젠테이션까지 만들어 브리핑까지 한) 내 마음에 쏙 드는 여행코스를 짜와서 정말 재밌게 여행했다. 오대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월정사부터 시작해 (그 전에 전통찻집부터 들러 내 배를 채워주는 세심함이라 말하고 내 불평불만 없게 하려는 현명함) 상원사에 이르는 10km가량의 트레킹 코스를 거쳐, 강릉 가서 초당 순두부 먹고 툇마루 흑임자커피까지 먹고 오는 당일치기 여행! 처음부터 강릉에 갈 계획은 없었는데 P끼리 만나니 모든 게 매우 즉흥적으로 이뤄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나보고 따뜻하게 입고오라던 이유토는 얇은 아우터 하나 입고 왔다. 강원도 진부역에 내리자마자 추워해서 내 셔츠 벗어서 입혀주고.. 본격적인 트레킹에 앞서 내 아우터로 갈아입혔다. 이우토... 이 가지새끼 할말하않... ^^

내 코에서 콧물이 주룩주룩 흘러도, 더 추워지면 너는 피부 알러지부터 시작해 나를 더 귀찮게 할 게 뻔하기 때문에.. 그래도 샛노란 아우터덕분에 사진 색감이 넘넘 예쁘다! Keep looking for something good :)




나는 여행에 앞서 빨리 빵이랑 전통차부터 먹고 시작하고팠는데, 찻집 사장님이 우리랑 같은 버스 타고 출근하셔서 오픈 준비하느라 아직 주문 안된대서 월정사 구경 먼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석탑은 공사 중이었구. 이유토는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왜 그냥 지나치냐고 와서 좀 보라며 날 불렀지만 난 빵이랑 차 생각 뿐이었다 ^^;;







월정사 한 바퀴 돌고나니 찻집 오픈! 감기때문에 난 쌍화차, 우통통은 추위 많이 타니까 대추차. 단호박 머핀이랑 통밀무화과빵도 사먹었다. 절에 있는 찻집이라 그런지 비건빵이라 우토가 좋아했다. 빨리 먹고 빨리 트레킹해야 강릉에 가서 초당순두부 먹는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마시고 출발! (월정사는 한바퀴 돌았다고만 쓰고 먹는 얘기만 다섯줄인 나...) 아 월정사에 고종황제랑 명성황후 가례 과정이 그려진 의궤가 있었다. 가례
하니까 연모 생각이 났다... 세자저하...! ㅋㅋㅋㅋㅋ




원래 세시간 반짜리 코스인데 쉬지않고 걸었다.
"우토야. 초당순두부 먹으려면 보폭 넓게 걸어."
"초당순두부 얼마나 맛있을까? 우리 바지런히 걷자."
둘이 거의 이런 대화하면서... 두시간 반만에 완주!

등산 중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신체 증상이 심장 질환이라고 한다. 가벼운 산행일지라도 가볍지만 따뜻한 기능성 옷을 입고, 시작 전 꼭 준비운동을 해야한다. 무리하지 않고 중간중간 쉬었다 가고, 힘들면 바로 하산해야한다. 우리는 중간에 빠져나가 버스타고 다시 돌아갈 생각은 못하고, 무조건 빠르게 완주해야만 강릉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무리하기도 했다. 중도 포기도 실패가 아니라 그저 계획 변경일 뿐인데 말이지?




그래도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 우토는 내려가서 차가운 계곡물도 만지고. 우토는 눈을 감으면 8시 20분이 된다. 애기 때 사진 보니까 태어날 때부터 그렇더라. 마시마로같애




내가 좋아하는 몰랑몰랑한 만득이 얼굴!
모두 이우토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진들만 허락받고 올리는 중. 트레킹 하는 도중 날씨가 아주 변화무쌍했다. 초반엔 하늘이 아주 파랬고, 중간엔 해가 쨍쨍한데 눈이 예쁘게 날렸고, 막바지엔 바람이 쌩쌩 불고 싸락눈이 내렸다.







진부터미널에 도착해 40분 정도를 달려 강릉에 도착했다. (그 와중에 우토는 관광사무소 들어가서 초당순두부 맛집 4곳을 추천 받음) 버스텀이 너무 길고, 기다리기엔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택시 타고 초당순두부 거리로 달려갔지만... 하필 브레이크타임에 딱 걸려서 (4-5시인데 우리는 4시 5분에 도착) 가는 곳마다 퇴짜 ㅠ.ㅠ 여기까지 왔는데 바다나 볼까 하고 걷다가 만난 마지막 남은 추천 맛집! 다행히 이 곳은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서 얼큰한 순두부전골 먹었다. 이우토는 밥 두 그릇에 냄비 싹싹 긁어서 먹었음! :)





밥 먹고 강릉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툇마루 카페 갔다. 곧 마감시간이었는데도 웨이팅이 꽤 있었구, 주문하고 커피가 나오는 시간도 꽤 길었다. 주문할 때 15-20분 정도 걸린다고 안내 받았을 정도면. 케텍스 예매하느라, 그리고 곧 타야해서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마신 흑임자 라떼! 웨이팅하며 유명 맛집 찾아다니는 타입은 아니라 굳이 다시 오진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커피는 맛있었다.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웠으면 더 좋았을 수도 :)



이우토 참새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기차 출발 4분 남았을 때까지) 저 방앗간에 들러서 구경함... 멀미날 거 같으니 건강한 거(?) 먹겠다며 천원주고 스틱꿀 한 개 샀음... 근데 안 먹고 내 무릎 베고 신나게 자다가 상봉에서 먼저 내렸다.




나는 조금 더 가서 청량리에서 내리구. 버스 첫 차가 다니기 전에 집에서 나와, 열한시쯤 집에 도착한 1박 2일 같았던 당일치기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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