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해빙

2020. 11. 13. 13:18

정말로 푹- 빠져버린 이 음악

 

최근에 한 영어필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3주 정도 되었고 일주일에 4번,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으며 유토가 사준 만년필로 필사하는 시간은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라 느껴져 굉장히 즐기고 있다. 만년필이 익숙하지 않아 초반엔 매번 오른쪽 중지 손가락에 잔뜩 잉크를 묻혔는데, 지금은 티가 안날만큼만 묻는다. 필사가 다 끝날 때 쯤엔 종이 위에 잉크가 번지지도 않고, 손가락에도 묻히지 않겠지- 오늘의 필사 중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하나 적으려 한다.

 

"Our future is like cookie dough. Different possibilities exist in it. The energy we observe, perceive, and feel with our emotions is what shapes the dough. And when that completed dough is baked, it becomes reality in front of us. The shape in which the cookies are made and baked depends on our hands." - The Having

 

"우리의 미래는 밀가루 반죽과 같아요. 다양한 가능성으로 존재하죠. 우리가 관찰하고 인식하고 느끼는 에너지가 반죽의 모양을 형성하는 거예요. 그리고 완성된 반죽이 굳으면 우리 앞의 현실이 되죠. 다시 말해 쿠키를 어떤 모양으로 빚고 구워낼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에요." - 더 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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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부하고 있던 책에 몰래 올해의 가을을 선물해둔 유토의 예쁜 짓



간밤에 영식이를 만났다. 평소의 우리와 같았던 모습이어서 아침에 일어나선 오랜만에 꿈에 나왔네, 하고 말았는데 유토한테 얘기했더니 '곧 네 생일이라 다녀갔다보다' 했다. 영식이 꿈을 꿀 때면 늘 슬픈 마음으로 일어나곤 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개운했다.

며칠 전에 혼자 암체어에 앉아 소리내어 영식이를 불렀다. 그 때 네가 원하던 엠피쓰리를 기분좋게 못 사줘서 미안했다고. 너도 누나한테 어렵게 말했을텐데 내가 마련한 돈보다 비싼 거 말해서 한 마디 했던 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고. 뒤늦은 사과가 너에게 닿았던건지, 내가 마음의 짐을 한결 내려놓은건지 몰라도 그렇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근 일주일 간은 허무감+무기력에 빠져 지냈다. 뭐라 설명해야하려나, 가드를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훅을 한 방 맞고 넉다운된 느낌이랄까. 책상보단 암체어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레 책상은 먹던 커피와 간식, 쌓아둔 책들로 어질러졌다. 마치 내 마음 상태 같았다.

방치된 감정, 세워둔 채 모른 척 흘러가는 계획. 그간 이 두가지에서 벗어나려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사이사이 일어나려 애는 썼는데 책상을 치울 엄두는 나지 않았다. (책상 치우면 공부해야하니까) 그러다 드디어 오늘 유토랑 낮잠 실컷 자고 일어나서 세수하고 이 닦고 나오니 갑자기 책상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들면 바로 실천하기.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어렵고도 쉬운 방법. 그리고 글을 쓴다. 자, 한 걸음 또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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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점점점

2020. 9. 15. 09:59

 

- 어젯 밤 자기 전에 다이어리에 써놓고 잤다. 목표: 아침 7시에 기상하여 아침 먹고 준비해서 7시 40분까지 착석. 6시 55분에 알람을 맞춰놓았지만 못 들은 척 다시 잤고, 7시 10분에 유토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일어나서 바로 양치를 했다. 배가 고프지 않아 아침은 건너뛰고 암체어에 앉아서 잠시 멍때리다가 50분에 착석, 공부 1시간 했다. 목표만큼 하지 않았어도, 마음 먹은 첫 날이고 1시간은 열심히 했으니 잘했다며 스스로 쓰담쓰담. 합리화여도 아무렴 어떠냐. 앞으로 더 잘하면 되지. 나라도 나를 더 칭찬해주고 예뻐해야지. 잘했다 잘했어-

 

- 짧은 글이라도 매일 쓰고 싶다. 간단한 초딩일기여도 좋고, 한풀이같은 자아성찰도 좋다. 다이어리는 매일 쓰지만, 기록보다는 계획에 치중되어 있는 편이다. 요즘 한솔이 뇌의 가장 큰 부분은 '기록'이라고 한다. 어떤 부분에서 기록이 와닿았을까? 어쩌면 내가 매일 글을 쓰고 싶은 이유와 같을 수도 있겠다. 흘러가는 내 마음을 읽고싶다. 뒤돌아봤을 때 이 땐 이랬지가 아니라, '이 날 이런 부분을 느껴서 여기까지 온거구나.' 하며 점이 모아 선을 만들고 싶다.

 

- 유토랑 뒹굴거리다 공부를 해야지 하고 책상에 앉았다. 그러자 유토가 따뜻한 물주머니도 만들어주고 커피도 타주고 키위도 잘라주고 바나나도 가져다주며 말했다. "나도 너한테 주고싶어." 옆에서 재롱도 좀 더 떨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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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죄와 벌

2020. 9. 14. 10:35

 

- 낮은 온도가 계속 되는 것 같더니, 오늘은 한여름의 날씨였다. 덕분에 가을 옷을 입고 나섰다 다시 집에 들어와 여름 옷으로 갈아입었다. 곧 기나긴 겨울이 찾아올테니 오늘만큼은 주근깨 걱정은 잊고 햇볕을 잔뜩 쐬었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혼자 유토네 매장을 찾아갔다. 설마 치어 죽이겠나 싶어 도로를 열심히 달리는데, 차들은 혹여나 나를 칠까 서행을 하거나 아예 다른 차도로 달렸다. 사람들이 가까이 있으면 얼른 내려 자전거를 끌고 걷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며 유토네 매장에 9분만에 도착했다. 두렵더라도 일단 시작하면 생각만큼 두렵지 않다. 모든지 경험해보고 나서 두려워해도 충분해. Just do it.

 

- 유토가 야채카레를 만들어주었다. 카레를 먹고 싶었던지라 저녁으로 먹고 다음날 도시락으로도 싸가고 오늘 저녁으로 먹으면서 행복했다. 밥을 먹으며 황윤 감독의 <사랑할까, 먹을까> 라는 책을 읽었는데, 밥을 그만 먹어야하는지 책을 그만 덮어야할지 순간 고민을 할 정도로 비위가 상했다. 머리로는 알고있었지만 외면해왔던 공장식 축산의 실체들을 하나둘씩 접하다보니, 즐겨먹던 고기가 고기로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환경적으로나, 건강적으로나 고기를 줄이는 일은 반드시 행해야 할 일이다.

 

- 아빠가 수저를 드는 법을 잊으신 모양이다. 떠먹여주지 않으면 밥을 드시지 않는다 한다. 참으로 잔인한 병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본인이 누군지조차 기억할 수 없는 건 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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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사랑시

2020. 9. 6. 13:06

심리테스트 하느라 유토가 그린 그림

 

- 유토가 갑자기 히든싱어에 빠져 여러 가수들이 편집된 영상을 함께 봤다. 그 중에 자우림의 김윤아도 나왔었는데, 오랜만에 김윤아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감정이 북받쳤다. 그의 노래엔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마치 바닷 속에서 울려퍼지는 듯, 더 깊은 곳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나를 더 그 감정에 파고들게 만든다. 그의 노래 중 야상곡은 특히 그랬다. 흔히들 바닥을 치고 올라와야 더 높이 올라간다고 말하듯이 나는 우울한 감정에 깊-이 빠져있다 나와야 일상으로 돌아갈 힘이 생긴다. 그 때의 감정은 너무나 희미해졌지만, 그 목소리에 위로를 얻곤 했던 그 때의 나는 기억에 또렷하다. 훗날에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떤 노래로 기억하게 될까. 아마도 아이유의 Love poem이 될 듯.

 

- 토론토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Bike share 1년치 패스를 끊었다. 유토는 이전부터 꽤나 하고 싶어했는데, 나는 고민이 좀 됐었다. 유토랑 하루치 패스를 끊고 자전거를 타고 달렸던 기억이 좋았지만, 겨울이 오면 이용을 잘 안하게 될 뿐더러 혼자서는 안 타게 될 듯 해서였다. 스무살 때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해안도로를 따라 일주한 적도 있는데, 여전히 자전거를 잘 못 탄다. 옆에 무언인가 지나가면 바로 긴장하며 꼬부랑꼬부랑대는 나. 어렸을 때 자전거 타다 벽에 부딪혀 팔이 부러진 경험 플러스 내가 다칠까봐서도 있고,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봐서. 그리고 왠지 모르겠는데 꼬부랑대다가 넘어져서 스트릿카 바퀴에 깔려있을 내가 종종 상상이 되어서 무섭다. 그래도 빠른 속도로 바람을 가르는 일은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도 정말이지 행복하다. 

 

- 미셸과 둘카와 Tree top 이라는 걸 하고 왔다. 사실 뭔지도 잘 모르고 갔었는데, 다음 날 손가락까지 근육통에 시달렸다. 3시간짜리 코스였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와이어로 연결된 나무를 타고 나무를 건너는(?) 어드벤처인데, 중간중간 짚라인까지 있었다. 높은 곳도 놀이기구같은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짚라인이 두려웠다. (스카이다이빙도 해봤는데, 그건 높이 자체를 그냥 가늠할 수가 없어서 오히려 덜 무서웠다.) 그런데 첫번째 트리탑을 하자마자 너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스트레스가 몰려왔고, 짚라인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쳤다. 짚라인이 세상에서 제일 쉬웠다 진짜. 막연히 두려웠던 짚라인은 해보니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 두려움에 집착하여 상상력을 통해 그 감정을 키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자전거도 그렇고 짚라인도 그렇고. 막상 해보면 내 두려움은 과장되어 있었음을 깨닫는다. 두려움에 빠져있을 때 주의를 돌려 환기를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 유토랑 이야기하다가 기후난민을 된 나를 상상하며 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8월달에 환경과 채식에 관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기후난민이 되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며 물을 구걸하는 내 모습 때문인지, 좋아하던 고기도 거의 먹지 않게 됐고 머리 속에는 기후위기와 채식주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아직 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어디를 향해 걸어 가야할지 제대로 알고있는 게 중요하니까. 곧 정리해서 포스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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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거실에서 바라본 저녁 하늘

 

우린 모두 언젠가 죽을 텐데, 지금  살아있슴?”

그러게요. 살아있을까요? 저는 답을 찾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어요.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살면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들과 상황들을 마주하며 종종 깨닫게 됩니다. 좋아하는 시간들과 사람들을 겪으며 행복을 느끼는 순간, ", 살아있는 기쁘다" 생각하거든요. 쉽게 찾아오진 않지만 그렇게 모인 순간들이 삶의 의미가 되어 살아갈 힘을 얻고 앞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오늘도 질문을 통해 한번 살아갈 이유를 얻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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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에게 즐거운 일요일 보내라는 인사를 하면서 매일매일이 일요일같다고 말했다. 지지난주 토요일이 가게 문을 닫은거니까 날짜 상으로는 이제 겨우 2주 지났는데, 이 생활이 너무 익숙해져서 앞으로 일을 어떻게 하지- 하며 걱정하게 된다. 일을 못하게 되는 게 더 걱정인건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는 소득에 대한 압박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긴 휴가를 잘 보내고 있다. 

 

정해둔 계획이 없어 나태해질 때도 많지만, 마음을 다잡으며 계획적인 하루를 보낸다. 보통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잠이 들고 알람없이 7시 반에서 8시 반에 기상. 일어나면 세수하고 양치한 후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소소하게 집안일을 한다. 가끔 명상을 하거나. 9시에는 유토와 아침식사를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10시가 되기 전에 커피 한 잔과 함께 방에 들어간다. 덤으로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곡을 틀어놓은 후 블로그나 뉴스기사를 읽거나 친구와 대화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영어 리딩문제를 풀며 단어 정리를 한다.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혼자 시간을 보낸 후 유토 방에 쳐들어가서 유토를 괴롭히거나 동물의 숲을 하거나 간식을 먹거나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 시간대에 샤워를 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반신욕을 한다. 가끔 낮잠을 자거나, 부부의 세계가 하는 날이면 유토와 함께 시청한다. 3-4시쯤 늦은 점심을 먹고, 집안일을 좀 하거나 유토랑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나와있어 까딱하다간 공원마저도 폐쇄될 분위기지만. 쉬는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인스타를 둘러본다. 간단한 저녁이나 간식을 챙겨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11시 반 정도까지 리스닝, 스피킹 연습을 한다. 잘 준비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유토와 놀다가 잠이 든다. 

 

재작년인가 나왔던 곰돌이 푸 책의 제목처럼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라는 그 말이 요즘 나의 일상에 가장 어울리는 문장이다. 딱히 특별한 무언가 없이 소소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낀다. 우리집이라는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과, 언제든 달려가 안길 수 있는 나의 연인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일상. 참으로 감사한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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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살면서 느낀 것들 중 하나는 캐네디언들은 본인만의 루틴을 굉장히 사랑한다는 거다. 캠벨리버에 있을 때부터 느꼈는데, 매일 6시에 출근하는 유토와 함께 나도 맥도날드로 출근(?)하곤 했었는데 그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하다보면 늘 같은 시간에 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또한 그 사람들의 암묵적으로 앉는 자리가 정해져있었다. 그 사실을 몰랐었던 나는 아무 자리에나 앉아 컴퓨터를 하곤 했었는데, 뒤늦게 생각해보니 내가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았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활이 3개월 정도 지속되다보니 암묵적인 나의 자리도 생겼다. 한번도 개인적으로 이야기 나눈 적은 없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을 것 같고. Can't explain it, but It made me feel part of something. 

 

여튼 코로나로 인해 유토와 나는 칩거 생활을 2주째 이어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이 사태 속에서 나는 일상을 지키고자 하루의 루틴을 만들어 생활 중이다. 생각보다는 잘 지키고 있어서 굉장히 뿌듯하다. 나름의 생활계획표랄까. 아무래도 느슨한 듯하여 다음 주는 조금 더 빡빡하게 만들어보려고 한다. 지난 날들의 게으름에 대한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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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독감

2019. 12. 29. 05:19

크리스마스 이브 날부터 슬금슬금 몸이 안 좋더니, 결국 크리스마스에 크게 앓아누웠다.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독감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이게 독감인지도 모르고 심한 감기겠거니, 하며 일반 감기약을 먹으며 이틀을 버텼다. 증상 중 가장 힘들었던 건 관절통과 근육통이었는데, 나는 이 고통이 전 날 잘못된 자세로 운동한 런지 때문인 줄 알고 얼음 찜질을 하며 지냈다. 3일 연속 쉬는 데이오프를 받아서 굉장히 신나있었고, 많은 계획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내리 잠만 잤던 연휴였다. 

 

금요일날은 오픈 출근이었기에 자는 내내 못 일어날까봐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고, 쉴 틈없이 나오던 기침과 부어 있는 목 때문에 한시간마다 잠에서 깼다. 마음같아서는 오픈만 해놓고 바로 집에 가버리고 싶었는데, 마감에 출근하는 슈바가 매장에 온지 얼마 안되서 혼자 두고 가기가 마음이 좀 그랬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아무도 내 쉬프트를 커버 못해줘서 하는 수없이 8시간 일해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독감 증상이 뭐더라 하는 마음에 구글에 검색해보니 완전 내 증상이었다. 그래서 일반 감기약이 하나도 안 들었구나.

 

점심시간에 입맛도 없고 힘도 없어서 백룸 데스크에 엎드려서 쉬고 있었는데, 퇴근하던 폴라가 써놓은 것.

 

 

그러고는 다른 슈바 몰리에게 내가 이러고 있다고 말했는지 몰리가 집에 가라고 말해줬다. 나는 바로 일어나서 "알유 슈어?"라며 바로 코트를 입고 가방을 메고 매장을 나섰다. 가기 전 샤퍼스에서 플루 약을 샀고, 역에 내려 팀홀튼에 들러서 치킨누들 스프를 하나 샀다. 도저히 무엇을 해먹을 기운은 없고, 약을 먹어야 몸이 나을 거 같아서. 캐나다에서는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약을 처방하기 보다는 오렌지 주스와 치킨누들 스프를 먹으라고 권한다. 약이 몸에 좋을 건 없으니, 잘 챙겨 먹어서 낫는 자연치유를 권하는 듯 하다. 나는 감기에 걸려도 약을 잘 안 먹고, 자연 치유를 행하던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약을 먹으니 한달 내내 지속되던 마른 기침이 일주일도 안되서 없어지는 걸 보고, 무조건 약을 안 먹는 것만이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과학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집에 와서 스프를 반쯤 먹고 약 먹고 4시간을 내리 잤다. 자는동안 식은땀을 흘려 위아래 잠옷이 홀딱 젖었고, 옷을 갈아입고 남은 스프를 먹은 후 약을 먹고 유토가 올 때까지 다시 또 잤다. 유토가 와서 끓여준 비트스프를 먹고 약 먹고 또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유토가 목이 아프다고, 아마도 나한테 옮은 듯하여 아침 먹고 같이 약 먹고 또 같이 잤다. 

 

유토랑 닿케랑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이미 크리스마스는 저 멀리 지나갔고 닿케는 곧 떠날 날이 다가오고 아직 내 몸은 평소로 돌아오지 못했고, 내일은 출근해야하고.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가득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유토를 데리고 매년 플루샷을 맞으러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 크리스마스 이브에 받은 제로의 택배 덕분에 맛있는 단호박죽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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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다시 찍기 시작했다.

내 핸드폰에는 유토가 찍은 일상 말고, 나의 일상의 기록은 없었다. 내가 찍은 일상은 오로지 유토와 일에 관련된 사진 뿐이었다.

그 이외의 사진을 찍을 마음이 딱히 들지 않았다.

 

2주 전부터 나는 다시 사진으로 일상을 담기 시작했고,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나 혼자 먹는 밥도 정성을 담아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고, 주 4회씩 짐에 가서 운동을 한다.

침대보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고, 작은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는 일에 희열을 느끼며, 종종 셀카를 찍는다.

 

오늘부터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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