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I love you

2019. 7. 8. 10:14

 

아영이와는 겹치는 취향이 꽤나 많다. 아니면, 아영이가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거나. (^^)

 

유토랑 말모이 영화를 보고 급으로 애국뽕이 차올라 나는 서양 음식따위 먹고 싶지 않다며, 잘 가지 않는 한인 식당에 가서 치킨을 먹으려고 할 때 아영이한테 문자가 왔다. 오랜만에 카페에 왔는데, 예쁜 얼굴로 영상통화를 하고 싶다며. 정말 진심으로 바랐는데 캐나다에 산지 3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충전을 해야만 사용 가능한 프리페이드 플랜을 사용하고 있는 나는 데이터가 없을 뿐더러, 치킨이 막 나올 것만 같아서 아쉽게도 할 수 없었다. 

 

치킨 먹느라 정신 없어서 답장도 안하고 물고기같은 나는 답장 하기를 또 까먹고 잠든 다음 날, 유투브 링크 하나와 함께 추천이라는 두 글자만 담긴 카톡이 왔다. 아영이의 음악 추천은 언제나 믿고 듣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링크를 클릭한 순간 괜히 혼자 감동! 요즘에 뉴에이지와 클래식을 듣고 있다고 말한 적 없는데. 갑자기 이 노래에 꽂혀서 접어두었던 블로그까지 쓰게 되었다. 

 

 

 

Riopy의 I love you. 찾아보니 아영이가 좋아하는 드라마 Skam의 sound track이구나. 우연히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서 듣게 된 Phil Stevens의 Everlasting 이란 곡도 정말 내 취향이다. 삶의 의욕을 되찾는 그런 느낌의 긍정적인 음악은 아닌데. 방금 전까지 주말 내내 노느라 체력이 딸려서 침대에 축 늘어져 핸드폰만 하고 있다가, 내 취향의 음악을 만난 일이 이렇게나 기쁘고 행복해서 갑자기 블로그도 쓰고 이따가 영어 공부도 해야지! 하고 다짐하게 만드는 하는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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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퇴근하고, 도서관에 들러서 박물관 프리티켓 받아가지고 집에 왔더니.

방도 말끔하게 정리해놓고, 예쁜 짓까지 해놓고 나간 유통통.



'펭권이 하는 말은 보았나요-?' 


먼저 언급하지 않았더니 문자로 확인하는 유토. 참 너다워 :-P


저 펭귄 인형은 어젯밤에 맥도날드 갔다가 유토가 해피밀 장난감 보더니 해피밀 사달라고 해서 받은 인형.

원래는 고래를 받고 싶어했으나 남은 인형이 저 펭귄 뿐이라며..

인형을 건네주던 직원이 간절한 유토의 얼굴을 보며 되게 안타까워 했다.


그녀는 유토가 서른이라는 걸 알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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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아주 다양한 곳에서 머물고 있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고층 콘도, 빅토리아와 캘로나, 컴벌랜드의 게스트하우스, 빅토리아의 하우스, 위니펙의 부티크 아파트먼트, 토론토의 하우스, 콘도, 고층 아파트까지. 앞으로 토론토 어디 집과 계약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꼭 맞는 집을 찾아낼 거라 믿는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을 알기 전까지 나는 고층 아파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아파트에는 세탁기가 없다. 20층 넘는 고층에다 한 층에 20호수는 사는 것 같은데... 저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용 세탁기를 쓴다는 사실이 믿고 싶지 않았다. 집을 서치할 때 제일 우선순위에 올라오는 것이 마루바닥과 세탁기였기에 아파트가 괜찮은 가격에 사이트에 올라와도 후보에 올려놓지도 않았다... 그랬던 내가 아파트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 1순위다. 콘도보다 훨씬 넓고, 좀 더 따뜻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나. 사람이 사는 곳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세탁기를 아직 한번도 이용하지 않아서 나오는 말인가? 내일 아침 일찍 세탁하러 내려가봐야겠다. ㅋㅋㅋㅋㅋㅋ 이용해보면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다.





민박집을 나오기로 결정한 뒤, 급하게 예약한 에어비앤비. 에글링턴 역과 가깝고, 큰 스트릿이라 24시간 버스가 다녀 새벽 출근이 가능했으며, 바로 옆에 Grocery store인 metro가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또한 세탁기가 집에 있었고, 우리 둘만 쓰는 화장실이 있었고,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것도. 하지만 우리는 이 많은 장점이 순식간에 보이지 않게 된 한 사건으로 인해 이 집을 빨리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이 사건의 여파로 처음으로 모든 서양인이 싫어지는 순간도 경험했다. 그 이후로 스벅에서 일할 때 절대 웃음이 안 나왔는데 우리 매장에 놀러온 유토가 내 얼굴을 보더니 똥 씹은 표정이 아니라 똥 먹은 얼굴 같다고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이 포스팅을 쓰는 오늘은 금요일인데 화-목은 똥 먹은 얼굴로 일했다가 오늘은 같이 오픈했던 코워커들도 아주 빠릿빠릿 일을 잘했고 (지금 생각하니 모두 동양인이었네.) 5시간만 일하고 퇴근해서 컨디션이 아주 좋다. 유토가 보기에 오늘은 내가 뭘 먹은 얼굴이려나. ㅋㅋㅋ






전형적인 콘도의 주방. 아일랜드 식탁과 함께 있는 싱크는 처음 써보는데 아주 편리하고 마음에 들었다. 설거지를 하거나, 재료를 다듬을 때 유토랑 떠들 수도 있고, 혼자 벽만 보고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집 한가운데서 함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구조다. 만약 우리집이 생긴다면 아일랜드 식탁을 꼭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D





우리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 그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닌 우리 캐리어들은 바퀴가 더러워서 복도에 세워놨다. 






창문이 커서 참 좋았다. 방이 작아도 창문이 커서 답답한 느낌이 안 들었다. 방은 퀸 사이즈 침대 하나가 들어가고 양쪽에 작은 테이블 두개, 그리고 붙박이장이 전부다. 아무래도 공용공간에서 편하게 지낼 수 없기 때문에 방에 책상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에게 집이 생긴다면 침실은 이 방처럼 작은 방으로 선택해서 침대만 들어갈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침실은 정말 잠만 자는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 






에어비앤비에 도착해서 짐만 내려놓고, 아영이를 만나러 갔다. 토론토 살면서 처음 와보는 동네. 리사이드에 있는 LIT Espresso bar다. 유토가 아는 분의 추천으로 갔는데, 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카페 관련한 아이템도 많이 진열되어 있어 굉장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 우리는 3시가 넘도록 아무것도 안 먹은 상태여서 둘 다 런던포그를 시켰다. 배 채우려고. ㅋㅋㅋㅋㅋ 


같은 카페에서 각자 약속이 있어서 나는 아영이랑 안쪽에 앉고, 유토는 아는 분과 바깥쪽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아영이와 둘이 함께한 행복했던 시간. 그동안 못 나눴던 깊은 얘기를 했다. 아영이는 사람을 참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알고,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인 거 같다. 이 날은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인지 헤어지고 나서 목이 아팠다. ㅋㅋㅋㅋㅋㅋ 유토랑 하루종일 대화를 나눈 날도 목이 아팠던 적은 없는데... 그건 유토가 더 많이 이야기를 해서일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페에서 나와서 우리는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왔다. 먼저 말하지만 별점은 2개만 줄 생각이다. Lemongrass라는 아시아 퓨전요리 레스토랑인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아시안푸드가 존재하는 곳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매장에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웠는데, 게다가 인테리어는 최고급 레스토랑같이 꾸며놓아서 더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음식을 시킨지 5분도 안되서 나왔다. 좀 과장해서 마치 우리가 들어올 때부터 어떤걸 시킬지 알고 있어서 다 만들어 놓고 데워서 나온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시장이 반찬이라고 나름 맛있게 먹었지만 다시는 갈 일 없을 것 같다.





이 집에 머물면서부터 나는 출근을 했는데, 퇴근하고 돌아오니 유토가 점심을 차려주었다. 메뉴는 우리의 소울푸드, 토마토소고기스튜 :D 허겁지겁 엄청 맛있게 먹었다.


집주인 커플은 여느 회사원처럼 평일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는 일상이어서 우리가 주방을 이용하기 편하긴 하더라도, 아무래도 맘껏 해먹을 순 없었다. 그래도 주방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어디냐면서 우리는 참 감사했었더랬지..





아영이가 알려준 고급정보. 메트로에서 3.99에 하겐다즈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 내가 아는 바로는 4.99가 최대 할인이었는데... 우리는 바로 달려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닐라빈 맛으로 @_@ 우리는 방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집주인들이 퇴근하고 들어와서 요리를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은 이제 그만 먹고 싶은데... 주방으로 나가기 뭐해서 반쯤 남은 걸 들고만 있다가 다 녹아서 버려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빨리 집을 구해야지. 뭔가 서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퇴근하고 돌아온 어느 날. 제로네 집에서 먹었던 빵과 버터가 너무 먹고 싶어서 우리는 그와 비슷하게 생긴 빵과 똑같은 버터를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나 위니펙 빵을 따라갈 수가 없다 ㅠㅠ 위니펙에서 가장 유명한 건 Winnie the pooh 다음으로 그 빵이어야 한다. 널리널리 알려져서 캐나다 전역으로 퍼져야해. 제발. ㅋㅋㅋㅋㅋㅋ






TO MY VALENTINE :)


이걸 서프라이즈로 주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열쇠 두고 갈테니 내가 출근하면 유토에게 현관문 잠궈달라고 깨웠다. 서프라이즈를 위해서 유토를 새벽 4시에 깨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날에 내가 열쇠를 가지고 출근했더니 유토가 내가 돌아올 때까지 밖을 못 나갔다고 하길래, 잘됐다 싶었다. 유토한테 먼저 방에서 나가라고 하고 서랍 속에 숨겨놓은 초코렛캬라멜 애플과 편지를 침대에 올려놓고 나왔다. 그리고 현관문에서 안녕!


내가 출발하고도 한참 뒤에 온 문자. 엉엉 우느라 지금 문자한다는 유토. 편지 내용에 감동받은 게 아니고 편지지에 써있는 저 문구에 울었다는 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Papyrus에서 이 카드를 보자마자 초이스했다. 완전 우리꺼잖아! 유토야 긴 여정에 힘들고 지쳤을텐데도 씩씩하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







퇴근하고 와보니 내 선물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유토의 발렌타인데이 선물, 내가 좋아하는 안개꽃과 초코렛 케이크. 안개꽃 향기가 방 안에 진동했다. 고마워. 더 맛있는 케이크 먹이고 싶어서 저 멀리있는 곳까지 다녀온 너의 마음 덕분에 아주 행복한 발렌타인데이였어 ;)





유토가 점심으로 만들어준 진짜 맛있는 라면. 그동안 먹은 라면 중 최고로 손꼽는다. 마늘도 다져넣고 스팸이랑 계란이랑 버섯도 넣었다.






저녁으로 먹은 크림파스타. 시판용 크림소스 말고 생크림으로 만들었는데, 치즈가 안 넣었더니 약간 밍밍하길래 남은 크림에 계란 흰자를 휙휙 저어서 extra 크림을 만들었다. 약간 foam 같은 질감이 났는데, 이게 또 엄청 맛있었다. ㅋㅋㅋㅋㅋ 만들면서도 맛있을거라 예상치 못했다. 앞으로 크림파스타 만들 때 올려 먹어야겠다.






우리는 집주인들이 올까봐 현관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초코렛 케이크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왠만하면 그들이 퇴근하기 전에 공용공간을 써야하는 일들 모두 마치고 싶었다. 그들이 머무는 공간이기에 우리가 존중해줘야 한다는 생각 플러스 마주치기 불편해서. 이게 룸렌트 생활과는 좀 다른 게 똑같이 룸을 빌려서 먹고 자는 거여도 에어비앤비는 훨씬 더 조심스럽다. 절대로 내 집이라는 느낌은 없으니까. 까치발 들고 살금살금 다니고, 공용공간을 쓸 때는 평소보다 더 주의를 기울인다. 그런 우리에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은 저 소고기로부터 비롯되었다. 우리는 마트에 가서 세일을 하고 있는 소고기 3덩이를 사왔다. 점심으로 소고기를 전부 구워서 먹은 뒤,인덕션과 싱크대를 깨끗히 청소하고, 소고기가 담겨있던 팩과 양파 껍질과 함께 비닐봉투에 담아 돌돌 말아서 버렸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6시쯤 집주인 여자가 와서 쓰레기를 비우는 소리가 났고, 샤워하는 소리와 함께 왠 고성이 들렸다. 누군가에게 전화로 화를 내는 거 같았다. F word를 쓰며. 


우리는 남자친구와 싸우는건가?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집에 도착하던 날부터 재활용 쓰레기통은 이미 꽉 차있었고, 일반 쓰레기통도 쓰레기가 거의 차가고 있었기 때문에 쓰레기 버리기 담당하는 남자친구가 그걸 자꾸 미뤄서 '게스트인 우리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을 것에 대한 걱정'과 '남자친구의 미루는 습관'이 주된 싸움의 원인이였기에 폭발한거라고만 생각했다. 얼마 안되서 남자친구가 서둘러 집에 도착했고 여자친구를 달래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친구는 아까보다 더 크게 "LOOK AT THAT! LOOK AT THAT!" 하며 엄청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우리에게 도착한 에어비앤비 메세지. 



나와서 쓰레기통 좀 보고 클린하라고, 너희때문에 자기가 피를 다 뒤집어썼다고. 자기는 미생물학을 전공했는데 이건 생물학적으로 위험한거라면서. 우리는 무슨 피를 말하는 건지 영문을 몰랐고, 아마 우리가 먹었던 토마토주스를 오해한 건 아닐까 하며 밖으로 나왔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과 격한 목소리로 너희가 쓰레기 버릴 때 제대로 린스하지 않고 버려서 자기가 소고기 피를 뒤집어썼다고, 쓰레기통을 닦아달라고 말했다. (누가 보면 우리가 소 한마리 잡아온 줄 알 정도로) 오늘 점심에 소고기를 먹은 건 확실한데, 나는 분명히 비닐봉투에 담아 잘 밀봉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녀가 원하는대로 린스를 하진 않았지만. 


너네도 어제인가 그제 고기 먹은 거 같던데 원인이 너네한테 있는지, 우리한테 있는지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채, 당황해하는 내 얼굴을 본 유토가 팔을 걷어부치고 쓰레기통을 린스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며 그 당시 유토의 모습이 머리 속에 스치니 괜히 억울하고 안쓰러워서 눈물이 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토가 깨끗하게 쓰레기통을 닦자마자 갑자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얘진 여자의 얼굴과 오늘은 어디 놀러갔다 왔느냐, 내일은 어디 갈거냐며 묻는 걸 보고... 나는 갑자기 이유 모를 환멸이 났다. 그 순간,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보았던 본인의 기분에 따라 행동하던 코워커들이 스쳐갔다. 기분 좋을 땐 세상에서 둘도 없는 단짝처럼 껴안고 소리 지르다가도, 기분이 안좋을 땐 인사해도 씹고, 똥 먹은 얼굴로 일하던. 이건 나만 느끼는건가 했더니 유토도 잘 안다고 했다. 자기도 몇 번 겪었다고. 물론 그들의 행동에 내 기분이 좌우된 적은 없지만, 이번 일은 굉장히 데미지가 컸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속절없이 당한 기분이었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동양의 문화와 개인을 중요시하는 서양의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걸까.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 유달리 히스테릭한 사람인걸까. 그러고 보니 집주인 커플 중 여자는 서양인이었고, 남자는 동양인이었다. 여자가 우리에게 화를 내고 있을 때, 남자는 안절부절하며 여자친구를 진정시켰고, 유토가 쓰레기통을 닦고 있을 때, 내가 바닥을 닦으려고 했더니 바닥은 본인이 닦게 해달라면서 우리의 기분을 살폈던 거 같다. 처음에 나는 그 여자가 왜 이렇게 화를 냈을까를 이해해보려고 했다. 미생물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서 예민한 부분이니까 순간적으로 감정 조절이 안된 거겠지, 하면서. 그러나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더 이해할 수 없어서 되려 환멸을 느꼈다. 나에게 그 여자처럼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해도, 분명한 건 소리를 지르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동서양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것이든, 히스테릭한 사람이었든 어떤 이유에서건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지 않고,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다. 




이 일을 겪고 난 이번주 내내, 나는 괴로웠다. 본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고방식을 가진 서양사람들이 싫어져서 괜히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도 나누기 싫었고, 때때로 히스테릭한 면이 있는 애슐리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감정은 그들이 아닌 내가 만들어낸 것이고 내가 그들을 이해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찾아왔던 순간의 환멸임을 깨달았다. 서양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냥...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한다. 애꿎은 착한 동료들한테 화풀이하는 격이였다.


혹시나 다른 문화때문에 생길 수 있는 차이는 이해하고 받아들이되, 본인의 감정만 중요한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그런 사람이 내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 때를 떠올리면 분노가 일어나고, 눈물이 치솟고 ㅋㅋㅋㅋㅋ 에어비앤비 후기에 그녀는 또라이라고 쓰고싶은 마음이 백천번씩 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흠. 후기를 적을까 생각한다. 정확한 팩트로만.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분명 게스트로서 알아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짐과는 다르게 나 뒤끝 작렬이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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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롱위캔의 둘쨋날, 일요일이다. 아주 오랜만에, 일요일다운 일요일을 보내는 느낌이다.

사실상 몇 개월간 백수였기에 매일이 휴일이었고, 어느 날이든 일요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일요일이 주는 특유의 나른함까지 만들 수는 없었다. 늘 불안정했기에.





우리는 민박집에서 나와 에어비앤비에서 지내다가 지금은 한국인 부부가 살고있는 아파트에서 머물고 있다. 결혼한지 3년쯤 되어보이는 부부는 2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가게 되었고, 키우고 있는 고양이를 맡아 돌아주는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전체렌트를 내놨다. 토론토로 오는 그레이하운드 안에서 이 글을 발견한 우리는 당장 급한 민박집을 예약하기도 전에 이 집과 컨택했다. 


주고받은 문자에서는 좋은 기운이 느껴졌었는데, 실제로 만났을 때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배려해주고 간 모습이 인상 깊었다.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처음 만난 고양이 '제이'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 집에 머문지 37시간째. 유토는 아침일찍 출근했고 나는 제이와 함께 단둘이 아침을 보냈다. 제이의 화장실을 정리해주고, 아침밥을 주고 물을 갈아줬다. 어제 줬던 츄르가 좀 남았길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고, 제이와 눈을 자주 맞추려고 했다. 청소기를 돌리면 신발장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내가 안방에 들어가면 문 앞에 얌전히 앉아있다가도 내가 나오면 서둘러 도망간다. 낯을 가리면서도 호기심은 감출 수 없는 귀여운 제이. 곁에만 가도 하악질을 하던 제이는 기분에 따라 내 다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제이. 유토가 낮잠자고 있을 때 토론토 공항에 있던 제이와 영상통화를 했다.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 예전에는 반쪽의 얼굴만 내밀고 있던 제이였는데 :) 위니펙에서 함께 보냈던 열 두밤이 지난 지금, 우리가 더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이제는 둘이서도 영상통화 할 수 있는 사이가 됐으니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2012년에 방영한 드라마 '나인'에 빠져서 이틀만에 정주행을 마쳤다. 무려 20화짜리 드라마를. 어제 14화를 봤고, 오늘 남은 6화를 끝냈다. 드라마에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익히 들었던 터라 잔뜩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은 아니었고 기대만큼이었다. 특히 이진욱이 :P  나인의 마지막화를 남겨두고 우리는 마트로 로스티드 치킨을 사러 갔다. 저녁으로 사온 치킨을 먹고, 라즈베리 커스터드 데니쉬로 후식을 먹었다. 연결된 넷플릭스로 '뷰티 인사이드'를 틀어놓고 블로그를 쓰고 있다.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 영화관에서 본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 그러고보니 어제 오늘 모두 이진욱이 나오는 걸 봤구나. 보는 내내 눈이 아주 즐겁다. (근데 이런 말 성희롱에 포함되나..)



월요일인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완벽한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 내일은 아영이가 놀러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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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에 도착한지 9일째. 더 많은 시간이 지난 거 같은데 손으로 따져보니 열 손가락이 채 안되네. 아마 방 안에만 콕 박혀 무의미하게 보내는 일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일을 시작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도착하고 다음 날, 애슐리를 만났는데 당장 금요일부터 나오라고 했다. 일찍 시작하면 나야 좋으니 오케이했고 오픈 시프트를 원한다고 했더니 나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일 끝나고 나와도 해가 쨍쨍해서 좋은데 일 다녀오면 침대에서 기절한다. 6개월동안 백수였어서 아직 일하기엔 적응이 덜 됐나보다. 캐나다 전역 떠돌이 시절에 무거운 짐을 하도 들고 다녀서 어느정도 단련 되있는 줄 알았건만 오늘은 오른쪽 팔의 근육에 통증이 있다. 다음주부터는 내내 오픈인데 큰일이다. 매일 아침 물건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박스 나르는 일이 많은데 ㅠ.ㅠ 

어쨌든 밀린 토론토 일상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D

토론토 도착하기 9시간 전, 급하게 버스에서 예약한 어느 한 민박집. 사진상으로 방이 매우 깔끔하고, 주인없이 게스트끼리 머무는 곳이기도 하고 다운타운과 거리가 멀지만 예약 가능한 선택지가 몇 없어서 정했다. 3일만 할까 고민하다가 장기 할인 해달라고 하려고 다음 서블렛에 들어가기 전까지인 11박을 예약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채…




사진은 이랬다. 빛이 잘 들어오고 수건 놓여있는 센스도 좋고, 이불도 깔끔해보여서. 그런데 처음 도착해서 문을 열자마자 약간 필이 왔다. 주인이 같이 안 살아서 그런지 관리가 잘 안되있는 느낌… 불안했지만 우리가 머물 이층방으로 올라갔다. 방 중에서 가장 큰 방이었는데 정말 방이 크기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에서는 책상도 있었는데 쓸모없이 커다랗고 낡아빠진 회장님 의자 2개와 작은 테이블 하나만 있었다. 유토가 이거때문에 많이 울었다. 책상도 없는 낡아빠진 의자에 앉기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락받고 올리는 필터없는 이유토의 평상시 모습. ㅋㅋㅋㅋㅋㅋ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이불은 깨끗했다. 5일을 머물면서 유심히 봤는데 손님이 하루 머물러도 침구는 전부 갈아주시는 거 같았다. 청소는 집주인이 하는 게 아니고 하루에 두시간씩 일하시는 분이 계셨다. 다 싫었지만 이불 하나만은 마음에 들었다.




아. 또 마음에 들었던 게 한가지 있다. 집 뒤에 나있는 지름길을 통하면 노프릴에 3분만에 도착한다. 처음엔 이 지름길을 몰라서 뱅 돌아서 10분 정도 갔던 거 같은데. 민박집에 머무는 내내 눈이나 우박이 오는 추운 날이 계속 되었다.




워낙 민박집 사진이 없기도 없고,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사진이다. 바닥이 더러워서 절대로 맨발로 다닐 수 없었고, 구비되어있는 슬리퍼엔 뭔지 모를 이물질이 많이 묻어있어서 신을 수 없었다. 그래서 위니펙에서 구매한 나이키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또.. 빨래를 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신났었는데, 절대로 세탁기가 있는 지하에 내려갈 수 없었기에 집에서 아주 불편한 짧은 치마를 입고 생활했다. ㅋㅋㅋㅋㅋ 요즘 잠옷으로 입고 있는 프롬 베트남 바지는 유토 머리 잘라주느라 머리카락이 온통 박혀있었기에 입을 수 없어서. 그리고 나머지 옷들은 빅토리아에서 토론토로 열심히 오고 있는 중이었기에.




5일째 되는 날 우리가 민박집을 당장 나오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틀 밤이었던가. 토론토 다음카페를 보고 있던 중 '민박 광고를 보고 왔는데’ 라는 글을 보고 우리는 충격에 빠졌다. 자기가 지금 머무는 곳에 쥐가 있다는 것. 밤새 천장을 뛰어다니고, 뚫린 천장 사이로 쥐가 떨어질 것만 같다는 글. 더 놀라운 건 그 글에 댓글이 60개 정도 달려있었는데 한 댓글을 쓴 사람이 자신도 지금 그 민박집인데, 주방에서 요리하다가 강아지만한 쥐가 쌩하고 지나가는 걸 봤다고 했다. 그 둘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주고 받으며 격분했고, 같이 컴플레인 건다는 댓글로 마무리 되었다. 그 글을 본 이후로 밤에 쿵쿵거리는 소리가 그 소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토론토에 사는 쥐는 손가락만큼 작은 새앙쥐도 있지만, 몸통만 20cm인 소형견만한 쥐도 산다. 아마 그 쥐가 밤마다 이 집을 뛰어다니는…

우리는 당장 갈 곳이 없었고, 그나마 이층은 깨끗했기에 쥐가 자주 출몰하는 1층과 지하에는 절대 안내려가는 걸로 결론을 짓고 3일 밤을 더 잤다. 5일째 되는 날. 새벽 4시쯤, 푹 잠들어있는 나를 유토가 흔들어 깨웠다. 무슨 소리 안나냐고. 일어나서 들어보니 쥐 같은데 아마 벽 속에 있는 거 아닐까? 하고 잠잠해졌길래 다시 잠들었다.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유토가 다시 날 깨웠다. 아까보다 더 크게 들려오는 소리. 핸드폰 불빛을 비춰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하니 문 밑에 달려있는 스티로폼이 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오려고 끊임없이 갉갉갉 하며 스티로폼을 뜯고 있는 쥐. 그 때 완전히 잠이 깨면서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우리는 당장에 불을 켜고 쥐를 떠나가길 바라며 바닥을 세게 두드렸다. 더이상 갉아먹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다시 바로 잠들 수 없었다. 아침 당장 이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플레인 걸 생각, 집을 구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려서. 


해가 떠있는 아침이 되서야 컴플레인 용으로 사진을 찍었다. 혹시 어두울 때 문 열면 기다리고 있던 쥐가 쏙 하고 들어올까봐 ㅠㅠ 쥐가 야금야금 뜯어낸 흔적. 유토가 ‘쥐가 이빨로 뜯었겠지?’ 하고 물어서 내가 손으로 뜯는 시늉하며 ‘그럼 손으로 하나씩 뜯었겠니?’하고 답했다. 손이든 이빨이든 소름돋는다. 소리를 생각하면 절대 새앙쥐가 아니다. 만약 그런 쥐가 방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미치겠다. 

최소한의 예의로 아침 9시가 되자마자 관리자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설명했고, 나머지 금액을 환불 받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환불도 생색내면서 하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마무리했다. 그리고 서둘러 에어비앤비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지금 우리는 에글링턴에 위치한 한 콘도의 세컨룸에서 지내고 있다. 다음 서블렛 전까지 6박. 별 문제 없었으면 굳이 우버 비용도, 추가 숙박비용도 안 썼을텐데. 정말 떠돌이의 운명이다. 언제쯤 끝나려나 ㅋㅋㅋㅋㅋㅋㅋ

토론토 이곳저곳을 꽤나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이 지역은 처음이다. 나름 교통도 잘 되있는 편이고 근처에 마트도 많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에글링턴 지역 곳곳마다 하고 있는 공사가 끝나면 왠지 더 마음에 들 거 같다. 집을 구하기 전까지 토론토 전역을 차를 타고 다니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분명 우리가 잘 몰랐던, 보석같은 곳이 존재할테니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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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유토랑 다퉜다. 화해는 했지만 아직은 서먹서먹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고, 혼자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갔다. 샤워를 하고 나와도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점심에 애슐리와의 만남에 대한 부담감(영어), 또는 다툼의 영향이었으리라. 유토가 외출 준비하는 동안 애슐리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머리 속으로 정리를 해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놈의 영어울렁증 ㅠ.ㅠ


어제 점심 이후로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않아서 이제는 정말 뭘 먹어야 했기에 우리는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우리가 일하게 될 패스 안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을 생각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Jimmy the Greek에서 Chicken breast fillet을 먹고 애슐리 만나러.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며 걸어오는 애슐리와 포옹을 했다. 서로 좋아하는데 깊은 대화를 할 수 없어서일까, 애슐리는 유난히 나를 많이 안아준다. 출근해서, 일하다가, 퇴근하면서. 종종 코워커들에게 '조이 너무 사랑스럽지 않니?' 하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코워커들은 '됐고, 나 키 좀 건네줄래.' 이런 말들로 대답을 했다. ㅋㅋㅋㅋㅋ 히히 반가운 애슐리 :D


오랜만에 보는 터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애슐리. 그러다보니 애슐리 앞에선 마음 편하게 말하게 된다. Ex fiance가 한국인이었어서 한국인의 특성을 잘 알기도 하고, 또 나를 아낀다는 걸 내가 알아서 그럴 수도 있다. ㅋㅋㅋㅋㅋ






당분간 투잡할 생각이 없어서 스타벅스 풀타임을 원한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애슐리가 혹시 또 다른 잡이 있냐고 묻길래, 없다고 했다. 


Ashley : 그럼 풀타임 원해? 

나 : 응. 

Ashley : Yeah~~~~~! 


풀타임 스케줄을 받았다. 지난 번엔 내가 투잡을 해서 풀타임 준다해도 필요 없다고 했었던 걸 기억했던 모양. 애슐리님, 정말 고마우신 분. (극존칭) 내 너에게 충성을 다하리라. 내 이 곳에 뼈를 묻으리라. ㅋㅋㅋㅋㅋㅋ



내가 완벽히 채용된 걸 확인한 애슐리는 커피 테이스팅을 하자고 했다. 초반에 트레이닝할 때 받았던 커피 테이스팅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따라오라며 어딘가를 향한다. 지금 테디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길래 근처 스타벅스에서 나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그럼 같이 커피테이스팅 하자고 제안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음... 우리는 모든 시간 함께 있어.' 라고 대답했더니 엄청 웃으면서 그럼 커피테이스팅은 우리 둘만 하자고. ㅋㅋㅋㅋㅋ


Rocky Mountain Chocolate에 가서 초코렛 카라멜 애플 하나를 구입하고, 유토가 기다리고 있던 매장으로 가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라면서 Clover Maracaturra를 투고했다. 겉으론 얌전히 따라다녔던 나였지만, 속으로는 미친듯이 대화거리를 생각해냈다. ㅋㅋㅋㅋㅋ 내 아무리 좋아한다한들 아직 우리는 침묵이 어색한 사이니깐 ㅋㅋㅋㅋㅋ





커피 테이스팅을 하면서 다시 토론토로 돌아오니까 어떠냐길래 'I realized I love this city.' 라고 대답했다. 두달동안 밴쿠버, 빅토리아, 켈로나 등등 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깨달았다고. 빅토리아에 처음 도착한 날, 토론토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고, 토론토에 도착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다보니, 익숙한 풍경이 주는 안정감이 이토록 고마운 거였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 대화를 마치니 갑자기 애슐리가 '너 수퍼바이저 할래?' 라고 제안을 했다. 올해 챌린지로 스타벅스에서 승진하기를 계획했던 터라, 쑥쓰러운 척 'Yes.' 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고 few months 후에 ;D 라며 좋아하는 애슐리. Thank you for giving me a chance! 


말이 나왔기에 내 계획은 스타벅스에서 4-5년 일하는거야. 라고 말했더니 진지하게 매니저 할거냐고 물어봤다. 'It's big challenge for me.' 라고 대답하는 나에게 애슐리는 말했다. 무엇때문에 그러냐고, 영어때문이냐고 하면서 '이 근처에 키코라는 일본인 슈퍼바이저가 있는데, 그녀와 너는 영어실력이 비슷해. 하지만 그녀는 매우 나이스해. 내가 생각하기엔 넌 충분히 자격이 있어.' 하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애슐리와 헤어지고, 유토에게 가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부 다 해줬었는데 이 말은 나 뿐만 아니라 유토에게도 큰 용기가 됐다고 했다. 유토 또한 수퍼바이저 진급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기에. 우리 잘해낼 수 있을거야. 스터디 잉글리쉬 하드하자!







홀가분한 마음으로 밖을 나오니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다. 내 패딩 위로 떨어진 꽃 모양의 눈송이. 사진으로만 봐왔는데. 너 정말 실존하는 애였구나. 참 예쁘다. 여전히 헤쳐나가야할 산은 많지만, 다행스럽게도 일자리 구하기에 대한 압박은 없는 상태. 마음의 여유가 약간은 생기다보니 사소한 것에서 감사함을 찾게 된다. 예쁜 눈송이도, 애슐리의 따뜻한 포옹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보고싶다고 와준 너도. 모두 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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