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유토랑 다퉜다. 화해는 했지만 아직은 서먹서먹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고, 혼자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갔다. 샤워를 하고 나와도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점심에 애슐리와의 만남에 대한 부담감(영어), 또는 다툼의 영향이었으리라. 유토가 외출 준비하는 동안 애슐리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머리 속으로 정리를 해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놈의 영어울렁증 ㅠ.ㅠ


어제 점심 이후로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않아서 이제는 정말 뭘 먹어야 했기에 우리는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우리가 일하게 될 패스 안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을 생각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Jimmy the Greek에서 Chicken breast fillet을 먹고 애슐리 만나러.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며 걸어오는 애슐리와 포옹을 했다. 서로 좋아하는데 깊은 대화를 할 수 없어서일까, 애슐리는 유난히 나를 많이 안아준다. 출근해서, 일하다가, 퇴근하면서. 종종 코워커들에게 '조이 너무 사랑스럽지 않니?' 하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코워커들은 '됐고, 나 키 좀 건네줄래.' 이런 말들로 대답을 했다. ㅋㅋㅋㅋㅋ 히히 반가운 애슐리 :D


오랜만에 보는 터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애슐리. 그러다보니 애슐리 앞에선 마음 편하게 말하게 된다. Ex fiance가 한국인이었어서 한국인의 특성을 잘 알기도 하고, 또 나를 아낀다는 걸 내가 알아서 그럴 수도 있다. ㅋㅋㅋㅋㅋ






당분간 투잡할 생각이 없어서 스타벅스 풀타임을 원한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애슐리가 혹시 또 다른 잡이 있냐고 묻길래, 없다고 했다. 


Ashley : 그럼 풀타임 원해? 

나 : 응. 

Ashley : Yeah~~~~~! 


풀타임 스케줄을 받았다. 지난 번엔 내가 투잡을 해서 풀타임 준다해도 필요 없다고 했었던 걸 기억했던 모양. 애슐리님, 정말 고마우신 분. (극존칭) 내 너에게 충성을 다하리라. 내 이 곳에 뼈를 묻으리라. ㅋㅋㅋㅋㅋㅋ



내가 완벽히 채용된 걸 확인한 애슐리는 커피 테이스팅을 하자고 했다. 초반에 트레이닝할 때 받았던 커피 테이스팅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따라오라며 어딘가를 향한다. 지금 테디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길래 근처 스타벅스에서 나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그럼 같이 커피테이스팅 하자고 제안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음... 우리는 모든 시간 함께 있어.' 라고 대답했더니 엄청 웃으면서 그럼 커피테이스팅은 우리 둘만 하자고. ㅋㅋㅋㅋㅋ


Rocky Mountain Chocolate에 가서 초코렛 카라멜 애플 하나를 구입하고, 유토가 기다리고 있던 매장으로 가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라면서 Clover Maracaturra를 투고했다. 겉으론 얌전히 따라다녔던 나였지만, 속으로는 미친듯이 대화거리를 생각해냈다. ㅋㅋㅋㅋㅋ 내 아무리 좋아한다한들 아직 우리는 침묵이 어색한 사이니깐 ㅋㅋㅋㅋㅋ





커피 테이스팅을 하면서 다시 토론토로 돌아오니까 어떠냐길래 'I realized I love this city.' 라고 대답했다. 두달동안 밴쿠버, 빅토리아, 켈로나 등등 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깨달았다고. 빅토리아에 처음 도착한 날, 토론토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고, 토론토에 도착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다보니, 익숙한 풍경이 주는 안정감이 이토록 고마운 거였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 대화를 마치니 갑자기 애슐리가 '너 수퍼바이저 할래?' 라고 제안을 했다. 올해 챌린지로 스타벅스에서 승진하기를 계획했던 터라, 쑥쓰러운 척 'Yes.' 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고 few months 후에 ;D 라며 좋아하는 애슐리. Thank you for giving me a chance! 


말이 나왔기에 내 계획은 스타벅스에서 4-5년 일하는거야. 라고 말했더니 진지하게 매니저 할거냐고 물어봤다. 'It's big challenge for me.' 라고 대답하는 나에게 애슐리는 말했다. 무엇때문에 그러냐고, 영어때문이냐고 하면서 '이 근처에 키코라는 일본인 슈퍼바이저가 있는데, 그녀와 너는 영어실력이 비슷해. 하지만 그녀는 매우 나이스해. 내가 생각하기엔 넌 충분히 자격이 있어.' 하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애슐리와 헤어지고, 유토에게 가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부 다 해줬었는데 이 말은 나 뿐만 아니라 유토에게도 큰 용기가 됐다고 했다. 유토 또한 수퍼바이저 진급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기에. 우리 잘해낼 수 있을거야. 스터디 잉글리쉬 하드하자!







홀가분한 마음으로 밖을 나오니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다. 내 패딩 위로 떨어진 꽃 모양의 눈송이. 사진으로만 봐왔는데. 너 정말 실존하는 애였구나. 참 예쁘다. 여전히 헤쳐나가야할 산은 많지만, 다행스럽게도 일자리 구하기에 대한 압박은 없는 상태. 마음의 여유가 약간은 생기다보니 사소한 것에서 감사함을 찾게 된다. 예쁜 눈송이도, 애슐리의 따뜻한 포옹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보고싶다고 와준 너도. 모두 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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