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롱위캔의 둘쨋날, 일요일이다. 아주 오랜만에, 일요일다운 일요일을 보내는 느낌이다.

사실상 몇 개월간 백수였기에 매일이 휴일이었고, 어느 날이든 일요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일요일이 주는 특유의 나른함까지 만들 수는 없었다. 늘 불안정했기에.





우리는 민박집에서 나와 에어비앤비에서 지내다가 지금은 한국인 부부가 살고있는 아파트에서 머물고 있다. 결혼한지 3년쯤 되어보이는 부부는 2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가게 되었고, 키우고 있는 고양이를 맡아 돌아주는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전체렌트를 내놨다. 토론토로 오는 그레이하운드 안에서 이 글을 발견한 우리는 당장 급한 민박집을 예약하기도 전에 이 집과 컨택했다. 


주고받은 문자에서는 좋은 기운이 느껴졌었는데, 실제로 만났을 때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배려해주고 간 모습이 인상 깊었다.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처음 만난 고양이 '제이'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 집에 머문지 37시간째. 유토는 아침일찍 출근했고 나는 제이와 함께 단둘이 아침을 보냈다. 제이의 화장실을 정리해주고, 아침밥을 주고 물을 갈아줬다. 어제 줬던 츄르가 좀 남았길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고, 제이와 눈을 자주 맞추려고 했다. 청소기를 돌리면 신발장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내가 안방에 들어가면 문 앞에 얌전히 앉아있다가도 내가 나오면 서둘러 도망간다. 낯을 가리면서도 호기심은 감출 수 없는 귀여운 제이. 곁에만 가도 하악질을 하던 제이는 기분에 따라 내 다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제이. 유토가 낮잠자고 있을 때 토론토 공항에 있던 제이와 영상통화를 했다.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 예전에는 반쪽의 얼굴만 내밀고 있던 제이였는데 :) 위니펙에서 함께 보냈던 열 두밤이 지난 지금, 우리가 더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이제는 둘이서도 영상통화 할 수 있는 사이가 됐으니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2012년에 방영한 드라마 '나인'에 빠져서 이틀만에 정주행을 마쳤다. 무려 20화짜리 드라마를. 어제 14화를 봤고, 오늘 남은 6화를 끝냈다. 드라마에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익히 들었던 터라 잔뜩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은 아니었고 기대만큼이었다. 특히 이진욱이 :P  나인의 마지막화를 남겨두고 우리는 마트로 로스티드 치킨을 사러 갔다. 저녁으로 사온 치킨을 먹고, 라즈베리 커스터드 데니쉬로 후식을 먹었다. 연결된 넷플릭스로 '뷰티 인사이드'를 틀어놓고 블로그를 쓰고 있다.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 영화관에서 본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 그러고보니 어제 오늘 모두 이진욱이 나오는 걸 봤구나. 보는 내내 눈이 아주 즐겁다. (근데 이런 말 성희롱에 포함되나..)



월요일인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완벽한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 내일은 아영이가 놀러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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