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 도착한지 9일째. 더 많은 시간이 지난 거 같은데 손으로 따져보니 열 손가락이 채 안되네. 아마 방 안에만 콕 박혀 무의미하게 보내는 일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일을 시작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도착하고 다음 날, 애슐리를 만났는데 당장 금요일부터 나오라고 했다. 일찍 시작하면 나야 좋으니 오케이했고 오픈 시프트를 원한다고 했더니 나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일 끝나고 나와도 해가 쨍쨍해서 좋은데 일 다녀오면 침대에서 기절한다. 6개월동안 백수였어서 아직 일하기엔 적응이 덜 됐나보다. 캐나다 전역 떠돌이 시절에 무거운 짐을 하도 들고 다녀서 어느정도 단련 되있는 줄 알았건만 오늘은 오른쪽 팔의 근육에 통증이 있다. 다음주부터는 내내 오픈인데 큰일이다. 매일 아침 물건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박스 나르는 일이 많은데 ㅠ.ㅠ 

어쨌든 밀린 토론토 일상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D

토론토 도착하기 9시간 전, 급하게 버스에서 예약한 어느 한 민박집. 사진상으로 방이 매우 깔끔하고, 주인없이 게스트끼리 머무는 곳이기도 하고 다운타운과 거리가 멀지만 예약 가능한 선택지가 몇 없어서 정했다. 3일만 할까 고민하다가 장기 할인 해달라고 하려고 다음 서블렛에 들어가기 전까지인 11박을 예약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채…




사진은 이랬다. 빛이 잘 들어오고 수건 놓여있는 센스도 좋고, 이불도 깔끔해보여서. 그런데 처음 도착해서 문을 열자마자 약간 필이 왔다. 주인이 같이 안 살아서 그런지 관리가 잘 안되있는 느낌… 불안했지만 우리가 머물 이층방으로 올라갔다. 방 중에서 가장 큰 방이었는데 정말 방이 크기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에서는 책상도 있었는데 쓸모없이 커다랗고 낡아빠진 회장님 의자 2개와 작은 테이블 하나만 있었다. 유토가 이거때문에 많이 울었다. 책상도 없는 낡아빠진 의자에 앉기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락받고 올리는 필터없는 이유토의 평상시 모습. ㅋㅋㅋㅋㅋㅋ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이불은 깨끗했다. 5일을 머물면서 유심히 봤는데 손님이 하루 머물러도 침구는 전부 갈아주시는 거 같았다. 청소는 집주인이 하는 게 아니고 하루에 두시간씩 일하시는 분이 계셨다. 다 싫었지만 이불 하나만은 마음에 들었다.




아. 또 마음에 들었던 게 한가지 있다. 집 뒤에 나있는 지름길을 통하면 노프릴에 3분만에 도착한다. 처음엔 이 지름길을 몰라서 뱅 돌아서 10분 정도 갔던 거 같은데. 민박집에 머무는 내내 눈이나 우박이 오는 추운 날이 계속 되었다.




워낙 민박집 사진이 없기도 없고,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사진이다. 바닥이 더러워서 절대로 맨발로 다닐 수 없었고, 구비되어있는 슬리퍼엔 뭔지 모를 이물질이 많이 묻어있어서 신을 수 없었다. 그래서 위니펙에서 구매한 나이키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또.. 빨래를 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신났었는데, 절대로 세탁기가 있는 지하에 내려갈 수 없었기에 집에서 아주 불편한 짧은 치마를 입고 생활했다. ㅋㅋㅋㅋㅋ 요즘 잠옷으로 입고 있는 프롬 베트남 바지는 유토 머리 잘라주느라 머리카락이 온통 박혀있었기에 입을 수 없어서. 그리고 나머지 옷들은 빅토리아에서 토론토로 열심히 오고 있는 중이었기에.




5일째 되는 날 우리가 민박집을 당장 나오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틀 밤이었던가. 토론토 다음카페를 보고 있던 중 '민박 광고를 보고 왔는데’ 라는 글을 보고 우리는 충격에 빠졌다. 자기가 지금 머무는 곳에 쥐가 있다는 것. 밤새 천장을 뛰어다니고, 뚫린 천장 사이로 쥐가 떨어질 것만 같다는 글. 더 놀라운 건 그 글에 댓글이 60개 정도 달려있었는데 한 댓글을 쓴 사람이 자신도 지금 그 민박집인데, 주방에서 요리하다가 강아지만한 쥐가 쌩하고 지나가는 걸 봤다고 했다. 그 둘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주고 받으며 격분했고, 같이 컴플레인 건다는 댓글로 마무리 되었다. 그 글을 본 이후로 밤에 쿵쿵거리는 소리가 그 소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토론토에 사는 쥐는 손가락만큼 작은 새앙쥐도 있지만, 몸통만 20cm인 소형견만한 쥐도 산다. 아마 그 쥐가 밤마다 이 집을 뛰어다니는…

우리는 당장 갈 곳이 없었고, 그나마 이층은 깨끗했기에 쥐가 자주 출몰하는 1층과 지하에는 절대 안내려가는 걸로 결론을 짓고 3일 밤을 더 잤다. 5일째 되는 날. 새벽 4시쯤, 푹 잠들어있는 나를 유토가 흔들어 깨웠다. 무슨 소리 안나냐고. 일어나서 들어보니 쥐 같은데 아마 벽 속에 있는 거 아닐까? 하고 잠잠해졌길래 다시 잠들었다.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유토가 다시 날 깨웠다. 아까보다 더 크게 들려오는 소리. 핸드폰 불빛을 비춰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하니 문 밑에 달려있는 스티로폼이 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오려고 끊임없이 갉갉갉 하며 스티로폼을 뜯고 있는 쥐. 그 때 완전히 잠이 깨면서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우리는 당장에 불을 켜고 쥐를 떠나가길 바라며 바닥을 세게 두드렸다. 더이상 갉아먹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다시 바로 잠들 수 없었다. 아침 당장 이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플레인 걸 생각, 집을 구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려서. 


해가 떠있는 아침이 되서야 컴플레인 용으로 사진을 찍었다. 혹시 어두울 때 문 열면 기다리고 있던 쥐가 쏙 하고 들어올까봐 ㅠㅠ 쥐가 야금야금 뜯어낸 흔적. 유토가 ‘쥐가 이빨로 뜯었겠지?’ 하고 물어서 내가 손으로 뜯는 시늉하며 ‘그럼 손으로 하나씩 뜯었겠니?’하고 답했다. 손이든 이빨이든 소름돋는다. 소리를 생각하면 절대 새앙쥐가 아니다. 만약 그런 쥐가 방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미치겠다. 

최소한의 예의로 아침 9시가 되자마자 관리자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설명했고, 나머지 금액을 환불 받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환불도 생색내면서 하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마무리했다. 그리고 서둘러 에어비앤비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지금 우리는 에글링턴에 위치한 한 콘도의 세컨룸에서 지내고 있다. 다음 서블렛 전까지 6박. 별 문제 없었으면 굳이 우버 비용도, 추가 숙박비용도 안 썼을텐데. 정말 떠돌이의 운명이다. 언제쯤 끝나려나 ㅋㅋㅋㅋㅋㅋㅋ

토론토 이곳저곳을 꽤나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이 지역은 처음이다. 나름 교통도 잘 되있는 편이고 근처에 마트도 많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에글링턴 지역 곳곳마다 하고 있는 공사가 끝나면 왠지 더 마음에 들 거 같다. 집을 구하기 전까지 토론토 전역을 차를 타고 다니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분명 우리가 잘 몰랐던, 보석같은 곳이 존재할테니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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