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첫 기록이라니. 마음이 저 멀리 콩밭에 가있었나. 정신없이 지낸만큼 정리가 안되는 나날을 보냈다. 생각해보니 30일 글쓰기 챌린지가 끝난 이후부터다. 하루를 마감하듯 매일 발행하던 글을 쓰지 않으니 생각이 뒤죽박죽이다.





1.
요즘 내가 ADHD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곤 한다. 증상 중 '한가지 일을 하다가 어느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라는 문항 때문이다. 집중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진 않지만, 집중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의 영향이 크다. 손바닥만한 놈이 온 세상을 담고있으니 이보다 자극적인 게 있을까.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쓸데없는 알림이 싫어 전화나 문자, 개인 카톡 이외엔 알림을 모두 꺼두었다. 알림이 울리면 자연스레 시선이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손이 가는 건 어떻게 해야할까?



북클럽 팀원이 노잼시기로 고민할 때 샘별샘이 뽀모도로 타이머를 추천해주셔서 알게 되었다. 당시 시간관리와 집중력때문에 고민했을 때라 구매를 할까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애플워치로 타협을 봤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라며 애플워치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건만 쉽지가 않다. 역시 뭐든 장비빨인가...





2.
혼자서도 성실히 잘해내면 좋겠지만 어느정도 강제성이 부여되야 겨우 꾸준히 하는, 나는 의지가 박약한 인간이다. 그걸 알기에 각종 챌린지에 신청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엔 스멀스멀 러닝 챌린지가 눈에 들어오고 있다. 이미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 시간관리가 필요한 와중에 무언가가 또 하고싶다니.


'음... 러닝을 하면 신체가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정리된다고? 영혼까지 변할 수 있다니 안할 이유가 없겠는걸? 호호호' 하며 챌린지를 알아보고 있는 새벽의 나. 꾸준함도 실력이라는 말을 외쳤던 과거의 내가 무색할 지경이다.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보는 정신은 성장 마인드셋에 도움을 주지만, 꾸준히 하지 못해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건 멘탈에 큰 타격을 준다.


우선 벌려놓은 일 중 우선순위를 고르고, 나머지는 정리를 하자. 시작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끝을 맺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나서 러닝 챌린지 신청을 해볼까아... 주위에 러닝메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아니 한강 근처 살았으면 이미 러닝 뛰었다!' 라고 생각했지만, 토론토에서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 하버프론트였는데 안 뛰었던 나... 입 다물자.





3.
인생영어 심화반에 5년 후의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과제가 있다. 그런데 나는 끝내 제출을 안했다. 왜냐하면 여전히 구상 중이기 때문이다. 나도 참 웃긴 게 다른 건 후딱후딱 대충대충 하면서 5년 후의 나에 대해 말하는 게 참 어려웠다. 얼추 발표 준비까지 다했지만 발표를 하고싶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래를 그리는 일이 어려워서 심리상담까지 받았던 기억 때문이었을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여튼 그 과제를 하면서 5년 뒤 우리집 거실에 있을 스피커를 (상상 속에서) 구매했었다. 바로 월넛 색상의 제네바 XL사이즈였다. 욕심을 내려놓고 추리고 추려가며 '5년 후에는 이 정도가 적당하겠어.' 하고 고심 끝에 고른 스피커였다.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



지난 일요일, 곧 친구의 생일이라 친구네 집에 놀러갔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제네바 월넛 XL 스피커가 보였다. 물욕이 그닥 없는 내게 아주 간만에 소유욕을 안겨준 물건이 바로 눈 앞에,,, 헉 당장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틀어주세요!!!


층간소음이 우려되 볼륨을 작게 틀고 들어서 그런지 아쉽게도 가슴이 울릴만한 웅장함은 없었다. 친구는 층간소음때문에 집에서 듣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럼 5년 후 우리집에는 방음벽을 설치한 오디오방을 따로 만들어야겠다. 후후후. 상상 속에서만 들었던 제네바의 소리를 직접 듣는 경험을 해본 건 즐거운 일이었다. 다른 스피커들의 소리도 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요새 오디오 리스닝룸이 많이 생겼던데 조만간 방문해봐야겠다.

 

 

 

추추투가 직접 그린 '마스크를 쓰고 있는 본인'




4.
추추들이 코로나에 걸렸다. 졌지만 잘 싸웠다!


맨 처음 확진을 받은 건 추추투.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난 이후다. 약 일주일 간의 잠복기가 있었다. 미열이 조금 있는 거 제외하고는 큰 증상은 없다. 추추투 확진 이후에 추추원도 5일의 잠복기를 거쳐 오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추추원은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신속항원을 받으러 갔는데 재외국민이다보니 건강보험 문제로 의료비가 9만 5천원이 나왔다. 내가 어젯밤 해본 똑같은 자가키트로 의료진이 내 코에 찔러준 거 뿐인데... 미국에 살면 병원 한 번 갔다가 몇 천만원 빚을 지고 나온다는 그런 끔찍한 기분을 아주 조금이나마 느꼈다. 



5.
아침 일찍 일어나 무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본다. 뾰족한 아웃풋도 없고, 배울 것도 없는 글이지만 마음이 한결 개운해진다. 내게 글을 쓰는 일은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일과 비슷하다. 좋은 음식도 생각없이 주워 먹다보면 체하기 마련인데, 이로운 정보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고 해도 내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요근래 마음이 조급해져서 좋다는 건 다 시도해보고 있다. 뭐 하나 걸리겠지! 하는 그런 마음. 그러다보니 더욱이 깊이 새길 것을 찾기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내 것으로 체득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정통적인 방법 뿐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가다듬고 우선순위에 집중을 해야한다. 

 

비가 오는 주말이다.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미래를 그리는 일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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