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주는 시간

밀려오다

2020. 11. 25. 13:28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2 ㅣ Seong-jin Cho (HELSINKI, FINLAND)


소원 한 가지가 생겼다. 바로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공연을 실제로 보는 것. 정식 음반으로 발매되지 않아 유튜브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한 달동안 이 영상을 몇 백번은 보고 들은 듯 하다. 처음엔 유튜브에서 조성진 님의 드뷔시를 듣다가 알고리즘으로 뜬 이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처음엔 어 좋다, 하고 듣다가 나중엔 푹 빠져 이 영상을 계속 돌려봤고 다른 나라에서의 공연도 찾아 들었다. 듣다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벅차오른다. 공부할 때에도 틀어놓는데, 영상을 보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클래식에 입문하려고 여러번 시도했지만, 늘 스쳐가는 풍경처럼 '아, 이 곡 들어봤어. 유명하지.' 로 끝나고 말았는데. 내 마음을 뒤흔드는 음악을 만나고나니 어떤 마음으로 쓴건지 작곡가의 생애가 궁금해지고, 다른 피아니스트의 버전은 어떤지 들어보게 되고, 그 시대의 다른 작곡가는 어떤 음악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클라리넷과 호른의 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제야 알았다. 이렇게 빠져드는거구나, 싶다. (지금도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다 밀려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글로 남기러 왔다.) 밀리에서 클래식 책을 빌리고, 유튜브에서 클래식 채널을 구독하고 차근차근 입문하는 중이다. 열심히 듣다보면 코로나도 끝나고, 조성진 님도 여기저기 전세계 공연 다닐테고, 그럼 유토가 콘서트 티켓 끊어주겠지... 후훟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유토야 미리 고마웧ㅎㅎㅎㅎㅎㅎㅎ후후후

좋아하는 파트 중 하나


강신주 :
길을 가다가 음악 소리가 들릴 때가 있죠. 집에서 라디오를 켜놓고 있는데 음악이 들릴 때가 있죠. ‘소리가 나네’가 아니라 정말 음악이 ‘들릴 때’가 있다는 말이에요.

우울할 때는 우울한 음악이 자신에게 확 들어오죠. 기쁜 상태라면 우울한 음악은 잘 들리지 않아요. 이처럼 첫 단계는 ‘운’이에요. 그런데 더 나아가 음악을 들으면서 작곡가가 전달하려고 했던 감정에 젖어 드는 단계가 있어요. 정말 기쁜 상태에 있었다가도 바흐를 딱 듣는 순간 눈물이 떨어지는 거죠. 이것이 정말로 음악을 향유하는 두 번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은 어려운 게 아니다. 지나가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음악이 ‘용케도’ 내 감정 상태를 통과할 때, 그래서 작곡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감정이 내게 다가올 때, 음악이 들린다. 그리고 나중에는 음악을 들으면 감정이 내게 밀려오는 단계까지 이른다.’

- 문학수 “클래식 음악을 벗하려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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