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주는 시간

나를 통해

2021. 11. 5. 12:50

 

Ploughed Fields ('The Furrows') Vincent van Gogh (1853 - 1890), Arles, September 1888

 

테오에게.

 

자연은 처음에는 언제나 화가의 접근에 저항을 하지. 하지만 자연을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화가라면 그 정도의 저항에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거야. 오히려 그런 저항이야 말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니? 그리고 자연과 진정한 화가는 그 근본에서 서로 일치하는 것이란다. 확실히 자연은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이지만 그래도 화가는 자연을 움켜쥐어야한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말이다. 그렇게 한바탕 씨름을 하고 나면 이제 자연도 조금 유순해지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거란다.

 

‘예술은 자연에 인간을 더한 것이다.’ 예술이라는 단어를 이보다 더 잘 정의한 말은 아직 듣지 못했구나. 자연, 현실, 진실, 하지만 실상 중요한 것은 예술가가 자연 안에서 찾아 내는 개념이나 특징이겠지. 거기에 적당한 표현을 찾아 주고, 원래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예술가의 일일 거야. 하나 하나 뜯어서 보여 주고 자유롭게 해 주고 그렇게 해석하는 일이지.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별을 그려서 희망을 표현하는 일, 석양을 통해 누군가의 열정을 표현하는 일, 이런 건 결코 눈속임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존재하는 걸 표현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언제쯤 그릴 수 있을까? 늘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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