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에 의한 성폭행에 대해 한 달동안 공부했던 내용들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님의 책, 미투 이후의 현실 중

1심 재판부는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지위, 직책, 영향력 등 위력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력의 존재와 행사는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의 일상 속에 사람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일어나는 폭력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 수직 관계의 약자들이 느끼고 있는 일상적 위력은 눈에 보이는 폭행과 협박뿐만이 아니다. 침묵과 눈빛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 직장에서 술을 강요당하고 달갑지 않은 농담을 참고 들어야 하는 것, 회식 자리에서 술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것 모두가 일반적인 노동자 다수가 겪는 위력의 문제다. 

 

<위력은 어디에나 있다> 한겨레 황예랑 기자님의 칼럼 중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일반 성폭력 사건보다도 성인지 감수성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권력’에 의해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대부분 피해자가 위력에 눌려 침묵하거나 소극적인 거절 의사를 밝혔더라도 ‘동의’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는 ‘명백한’ 거절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의전을 내려놓자> 경향신문 최민영 기자님의 칼럼 중

권력을 쥐고 사람이 바뀌었을지 모른다. 스코틀랜드의 뇌과학자 이안 로버트슨에 따르면 권력은 뇌 구조를 변화시킨다. 남녀를 불문하고 권력을 쥐면 ‘쾌락’과 관련된 뇌신경 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고, 마약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권력에 탐닉하면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는 권력을 쥔 이들이 부패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원래부터 눈앞의 이익에 민감하고 신뢰성 없는 행동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서 <신뢰의 법칙>에 그가 인용한 연구들에 따르면 순간적으로나마 자신의 이익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권력자의 지위’에 앉았던 사람은 남에게는 엄격하되 자신에게는 관대해지는 성향을 보였다. 도둑질을 한 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능력은 권력의 크기에 비례했다. 그러니까 상당한 도덕 감각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권력을 쥔 사람은 이기적인 폭군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인간에게 이런 본성의 위험이 있다면, 투표를 통한 선출로 권력을 위임받은 이들에 대해 엄격한 견제와 감시를 작동하는 게 민주사회가 마련할 ‘안전핀’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들을 볼 때 우리 사회는 이 부분을 놓치고 있다. 떼쓰는 아이의 요구를 죄다 수용하는 것이 좋은 양육법이 아니듯이 권력을 쥔 이들의 요구대로 의전이 굴러가는 조직은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직원들 본연의 업무는 효율적인 업무로 행정을 매끄럽게 하는 것이지 ‘심기 경호’나 ‘욕구 충족’이 아니다. 인력을 그렇게 사적으로 부리라고 국민이 세금 내는 게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 - Gender sensitivity> Wikipedia

Gender sensitivity is the process by which people are made aware of how gender plays a role in life through their treatment of others. Gender relations are present in all institutions and gender sensitivity especially manifests in recognizing privilege and discrimination around gender; women are generally seen as disadvantaged in society. Gender sensitivity trainings are used to educate people, usually employees, to become more aware of and sensitive to gender in their lives or workplaces.

 

<아이들이 더 넓은 세계를 보길 원한다> 딱따구리의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우따따' 유지은 대표 허핑턴포스트 인터뷰 중

- 어렸을 때부터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요?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한 이유는 스스로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예요.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되면 무엇보다 “나는 남자니까 이런 거 하면 안 돼, 여자니까 하면 안돼”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해요. 백지상태인 아이들에게 오히려 ‘알지 못했던 편견‘을 알려줄까봐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또래집단과 어울리면서 성 고정관념이 생기고 난 후에 시작하면 늦은 감이 있어요. 이미 학습된 상태에서 고치는 건 쉽지 않아요. 사전에 방지하는 게 제일 좋아요. 만약 그게 안 되어 있으면 아이는 ‘성 고정관념적’인 말을 들었을 때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죠. 성 고정관념적인 말을 듣자마자 ‘저 말은 잘못된 건데’라고 생각하게 만들거나 ‘상처 받지 않는 힘‘을 길러주는게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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