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주는 시간

Fear

2019. 12. 24. 18:28

악몽을 잘 꾸지 않는 편인데, 요새 어떠한 일이 계속 신경을 거슬리고 있다가 그게 간밤에 꿈으로 나타났다. 간밤도 아니고, 10분 전까지 시달리다가 눈을 떴다. 그냥 다시 자려고 했다가 맞다, 나 내일 일 안가지! 라는 생각에 핸드폰을 켰다.

꿈에서처럼 나는 침대 모서리에서 끙끙대고 있었다. 배경은 지금 내 방의 모습과 같았고, 잠이 들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계속 말을 시키며 침대 모서리에 몰아넣었고, 결국엔 잠에 못 들다 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거 같아서 불을 끄러 나갔는데 현관문이 열려 있는 걸 보고 잠그러 갔다가 집에 침입하려는 낯선 서양인 남자의 손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꿈이었다.

내 방이 생긴 이후로 처음으로 내 방이 두렵고 낯설어졌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 또한 공간을 침범 당하는 일을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심리적으로서 공간적으로서 모두 괴로운 꿈이었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 하고 있는걸까. 나는 안전한 곳에 있는데. 사적인 공간을 침범 당할까봐. 나를 잃어버릴까봐.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까봐, 아니 더 나아가지 못할까봐.

글을 쓰며 이 두려움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는 한 발 더 내딛었음을 알게 되었고, 다시는 뒷걸음치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강하다.


오늘의 시선
너희만이 줄 수 있는 이 따스한 온기.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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