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30일. at Dundas Station.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Mejuri에서 내건 광고에 누군가 Wo를 지운 흔적을 찍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때도 여자로 태어날거야?” 그와 만나면서 수없이 들었던 질문이다. 한번도 여자임이 아쉽지 않았다. 다음 생도 고민없이 여자를 택할 것이다. 그러나 생은 지금과 같지 않아야 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를 당하고,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차별을 당하는 사회구조가 아닌 모두에게 평등한 사회여야 한다.

기분이 나쁜데 뭐라고 설명할 없었던 일들. 그것이 성희롱이었음을 인지하지 못했던 많은 순간들. 깊은 곳에 묻혀있던 기억 속에서의 나는 당황했고 두려웠다. 가해자들은 본인에게 주어진 권한의 한계를 넘어선 도가 지나친 질문과 불필요한 스킨쉽에도 스스럼없었다. 불편한 기색을 비쳐도 예뻐서 그렇다는 말로 넘어갔다. 가해자가애매하게행동해서 몰랐던 아니고, 당시의 내 기분을 어떤 언어로 설명해야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몰랐다. 흔히 일어났던 그런 일들을 사회생활이라 불렀기 때문에 불쾌해도 참고 넘어가야하는 줄로만 알았다. 대응하여 아무 말도 못하는 내가 바보같아 보였다. 오랫동안 자책했다. 괴로움은 그들이 아닌 나에게만 일어났다.

세상을 향해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어 너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을 때, 비로소 나를 짓눌렀던 자책감이 조금씩 사라졌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야. 그들과 함께 연대할수록 나는 점점 더 강해진다. 때의 나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나와 또 다른 이를 위하여 목소리를 내야할 시점이라는 것을. 험난한 길에도 길을 밝혀주는 불빛은 있다. 앞에 놓인 불빛을 따라 걸어왔듯,  또한 그러한 불빛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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